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염경화 과장이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소개한 어느 책자라 나는 접하지 못했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하는 바는 제목이다.
식인종 여행과 유리상자
라는 메인타이틀, 그리고
비판과 성찰의 박물관 인류학
을 표방한 부제.
저 메인타이틀이 원서를 그대로 직역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국내서 출판사나 역자가 생각해낼 수 있는 제목이 아닐 것이므로 나는 원서 제목을 직역했다고 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왜 우리는 책 제목이 하나 같이 천편일률하나 이거다.
저 제목만 봐도 우리는 저 책이 소위 국내 창작서가 아니요 번안임을 직감한다.
왜?
우리 대가리는 곧 죽어도 저 부제에 들어간 저런 제목, 혹은 무엇에 대한 연구 따위를 표방한 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가?
물론 저런 제목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도대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제목만으로는 종잡을 수 없는 까닭이다.
그제 신동훈 선생이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또 다른 출세작은 왜 제목이 For whom the bell tolls일까?
저들은 학술서건 시건 소설이건 생경함을 주는 방식으로 독자를 우롱하기 좋아한다.
식인종 여행과 유리상자?
식인종 여행은 무슨 말인지 종잡기는 하겠는데 유리상자는 무엇이며 또 그것이 식인종과는 어떻게 연동하는가?
타는 목마름으로?
노동의 새벽?
한국현대시단 우뚝선 걸작으로 평가하지만 제목 하나로 끝났다.
본문은 읽을 필요도 없다.
저런 참여시에 견주에 연습노트를 장식한 두 걸작
홀로서기
접시꽃 당신
제목이 본문을 구속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들은 제목이 본문을 유도하며 유혹한다.
반면 동아시아는 즉자성을 좋아해 제목 자체로 모든 걸 끌어안으려한다.
다 끌어안고 몰살하려니 심지어 역사학계서는 무슨 제문제諸問題라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제목까지 등장한다.
꼭 양놈것이 낫다 좋다는 말은 못하겠다만, 이젠 좀 식상이라는 껍데기는 벗어던질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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