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옹이 옮긴 신간이다. 내가 존경하는 지인인 까닭에 이런 분들 책은 되도록이면 소개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언제까지는 부족하나마 그리 했다. 내가 보고서 인상 깊은 책, 내가 이렇게나마 그 지음으로 갈음하고 싶은 책은 부족하나마 얼추 이런저런 방식으로 소개하곤 했다.
그게 어느 정도는 가능했던 까닭은 내가 지독한 책벌레였기 때문이다. 나한테 책은 하루도 아니요, 한 시간도 떼어놓을 수 없는 마약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턴 전연 이런 데서 내가 손을 떼고 말았으니 대략 오십줄에 들어설 무렵이 아닌가 한다. 심각해진 노안 탓도 있고, 그와 동반한 급격한 체력 저하 등등으로 더는 오래도록 책을 붙들 수 없었으니, 그 무렵부터 책이 자동 수면제라, 펴서 보기 시작한지 30분이 채 되지 아니해서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뭐 말로야 나는 채울 게 없으니 읽을 것도 없고 하고 말았지만, 걷잡을 수 없는 신체 변화와 더불어 온전히 읽은 책이 없다. 방바닥엔 김장환이 옮긴 세설신서 완역본 전 3권이 있는데, 저걸 처음 구득한 그때는 단순에, 아마도 1주일만에 독파했다고 기억하거니와, 다시 쳐든 세설신어는 세월아내월아라, 한달 넘도록 제1권 절반도 넘지 못했다.
그래서 언제나 지인들 책은 미안하기 짝이 없다. 저자한테 독자가 하늘이라는 말을 다른 누구보다 내가 했기에, 특히니 지인들 책으로 이른바 양서에 속하는 것들은 되도록이면 어떤 방식으로건 소개하고자 하나, 그러하지 못해서 언제나 미안할 뿐이다.
이런 자리 빌려 영문 옹 책이 나왔다는 소식 하나만 간단히 간단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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