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지겹도록 말했듯이 고대사에 소위 재야라고 하는 이가 유독 많이 몰리는 이유는 만만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만만한가?
첫째, 보는 자료가 같다.
둘째, 그에서 도출한 소위 기존 강단사학의 결론이 유별한 것도 없다.
자료라고 해봐야 문헌자료 몇개에다가 금석문 몇개가 전부다.
근자에는 이에다가 비문자 고고학자료가 증가하지만, 뭐, 어차피 문헌사학계에서 그것을 이용하는 수준이나, 소위 재야에서 이용하는 수준이 격차가 없다!
한줌밖에 안되는 이들 자료 갖고 똑같이 지지고 복고 하는데, 강단이라고, 그네들이 언제나 내세우는 강점인 엄격한 정식 교육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뭐가 유별날 게 있겠는가?
이러니 기존 역사학이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치게 되는데, 새로운 문자자료가 출현했다 하면 가뭄 만난 메뚜기떼처럼 달라드는 이유가 이에서 말미암는다.
이 새로운 문자 자료 출현. 나는 직업이 그랬기에 그것을 가장 먼저 접하는 그룹에 속했다. 이거 하나 발견되면, 추가 자료 더 없냐는 문의가 나한테 살도殺到하곤 했다. 하지만 이조차 조금 시간이 지나면 열린자료가 되어 버린다.
이런 침입이 이제는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현대로 치고 올랐다. 조선시대는 안심스럽다 했는데 이조차 실록 일성록 승정원일기, 문집, 고문서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종쳤다.
재야와 강단...무슨 차별이 있는가?
역사를 보는 방법의 개안이다. E. H. 자동차 같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 이는 소위 강단에서 배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자동차 같은 사람의 출현이 이토록이나 어려울 줄이야.
July 7, 2017 at 10:03 AM
이에 대한 임선빈 선생 지적처럼 E. H. 자동차도 외교관출신이고 정치학교수였으니 역사학에서 보면 원래는 재야다.
이른바 재야의 이런 침투현상은 또 시간이 흘러 더 광범위해지는데 저에서는 이른바 문헌 중심 역사학을 주로 다뤘지만 그 인접 분야랴는 고고학이며 미술사며 건축학 같은 데로 급격히 파급하는 중이라
문제는 그에 대한 기존 정통을 주장하는 쪽 반응이라, 이들이 특장으로 내세워야 할 점은 이른바 재야들이 논급하기 힘들거나 그 정통이 아니라면 건딜 수 없는 그런 점들로 장점을 부각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연 그러지 못해서 저들 문헌사학은 이미 그런 특장이 모조리 사라졌으니, 오직 남은 것이라고는 새로운 자료 먼저 보고 먼저 쓰는 것밖에 없으니, 새로운 자료 발굴에 그리 환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고고미술건축이니 하는 이른바 현장 혹은 유물 지향성이 강한 인접 학문을 볼짝시면, 저들의 침투에 대해 "니들이 현장을 알아? 니들이 발굴해 봤어? 니들이 실측해 봤어?" 이런 것밖에 남지 않으니, 어찌 이것이 특장이리오?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과연 그런 전문성이 무엇인지를 심각히 고민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이제는 상실한 특장이랍시며, 언제까지나 "니들이 봤어? 니들이 해 봤어?"를 내세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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