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주장하기를 민족은 무엇의 도덕판단 기준이 되는 절대선이 아니라고 했다. 민족 혹은 민족정신이 절대선인 대표가 나찌즘 파시즘이다.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본 산업유산. 그 현장에서 혹사당한 이는 조선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다수였고 연합국 포로도 있었지만 실은 절대다수가 일본 내지인이었다. 우리가 접근해야 하는 도덕기준은 인권 human rights 이다. 인권 역시 근자에 비판받는 측면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보다 나은 판단기준을 찾기는 어렵다.
나는 늘 이 인권이라는 말을 맹자를 원용해 핵심이 불인지심不忍之心이라 풀어쓴다. 인간으로서 차마 하지 말아야 할 짓거리가 저들 노동현장에서 자행됐다.
이번 등재결정문 각주가 인용한 강제노동 피해국엔 코리언즈가 대서특필되고 그러면서 나머지 피해자들은 others라고 몰명 처리됐다. 이 어더즈에 발끈한 이가 중국이다. 중국인 노무자는 징용 방식이 조선과 또 달라 일본 군대가 지역을 골라 쌍끌이 저인망 어업을 하듯 젊은이들을 훑어가서 각 공장에 품빠이했다. 사망률은 조선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등재가 결정되자 위원국이 아니라 발언권도 없던 중국대표단이 이 성명서를 대회장에 뿌리고, 일부 중국 대표단원은 분통의 눈물을 쏟아냈다.
민족은 버려야 한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허상이라는 뜻이 아니다. 민족이 절대 정언명령인 이상 그 허상 역시 쉽게 드러나 징용은 법에 따른 적법한 행위였으며 일본 국민도 똑같이 일했고 다들 월급을 받았다는 일본정부의 망발은 여전히 반대효력을 갖는다.
(July 7, 2015 at 9:3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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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오늘, 나는 이렇게 썼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메이지시대 산업유산을 선전홍보하는 기념관이 들어섰다.
내가 우려한 저 대목, 다시 말해 민족지상주의, 민족주의적 접근 방식은 결국은 파국을 빚고 만다. 왜 일본이 내선일체 주장까지 일삼는가? 그걸 다시 생각해 봤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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