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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멀쩡한 탑 뜯어제꼈다가 수리했다는 강진 월남사지 석탑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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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복원했다는 월남사지 석탑



성종 때 편찬을 시작해 연산군 때 개수改修를 거쳐 중종中宗 25년(1530)에 이행(李荇) 등이 증보해 찬진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을 보면, 권제37 전라도全羅道 강진현康津縣 【불우佛宇】 조에서 월남사月南寺를 소개하기를 "월출산 남쪽에 있다. 고려의 중 진각眞覺이 처음 세웠으며,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비문이 있다"고 했으니, 이 무렵 월남사가 폐허는 아닌 듯한 느낌을 준다. 


월남사月南寺라는 이름 자체가 월출산月出山의 남쪽에 위치하는 사찰이라 해서 생겼다. 


한데 이보다 대략 반세기 정도 뒤에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가 이곳을 찾았을 적에 이곳 풍광을 읊으면서 '過月南寺遺址(과월남사유지)', 곧 월남사 터를 지나며 라고 했으니, 이미 백호 시대에 월남사는 폐허로 변모했음을 본다. 



해체복원했다는 월남사지 석탑




월남사 터를 지나며[過月南寺遺址]


이곳이 옛날엔 월남사라 

안개 자욱하고 적막하네 


산은 일찍이 전각 비쳤고   

물은 세월 따라 흘렀네 


옛 탑 마을 담장에 기대고 

남은 비석 다리를 만들었네


없음이 본디 비결일진대

흥망은 물어 무엇하리  


此昔月南寺。煙霞今寂寥。山曾暎金碧。水自送昏朝。古塔依村塢。殘碑作野橋。一無元寶訣。興廢問何勞。


이 시는 《임백호집林白湖集》 권지1卷之一 오언근체五言近體에 수록됐다. 


이 시를 보면 그 처참한 몰골을 말해주거니와, 탑 주변으로 마을이 들어섰고, 이규보가 썼다는 그 비석은 이미 산산이 부서진 조각이 되었음을 본다. 


해체복원했다는 월남사지 석탑



임백호가 읊은 옛 탑이 지금도 남아 우람하게 옛날 시절 영화를 희미하게 전하는데, 이 멀쩡한 탑이 근자 온몸이 멍 투성이요, 곧 무너질 듯 호들갑을 떨더니, 기어이 그걸 온통 뜯어제끼고는 도로 이어붙이더니, 3년 만에 그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보물' 강진 월남사지 삼층석탑 해체 3년 만에 복원

송고시간 2020-02-16 08:00

조근영 기자

단순히 퍼즐 짜 맞추는 식 조립이 아닌 한층, 한층 안정화 기간 반영


나는 지금도 왜 멀쩡한 탑을 뜯어제꼈는지 동의 못한다. 저걸 까부시고 새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딴소리를 할 테고 그 딴소리 근거도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나는 동의못한다. 


문화재가 문화재수리보존업 생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알기로 이 석탑 뜯었다가 도로 붙이는 데 들어간 총비용은 물경 18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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