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국만큼 전집을 좋아하는 데가 드물다는 말을 했거니와, 1960~70년대 그 척박한 문화환경에서도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전집 발간이 이뤄지기도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한데, 내가 서울에 80년대 중반 상경해 기거하게 된 막내누님 집에도 이런 전집 두어 종을 구비했다고 기억하거니와
개중 기억나는 것으로 《서부전선 이상없다》와 《개선문》으로 잘 알려진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Erich Maria Remarque(1898~1970) 전집이 있었고, 일본 통속 소설가 삼포능자三浦綾子, 미우라 아야코(1922~1999) 전집도 있었다. 물론 이 전집을 나는 다 뽀갰다. 왜냐 묻거덜랑 읽을 만한 마뜩한 책이 없었기 때문이라 말해둔다. 암튼 그때 벌써 이들 전집이 나와 있을 때니, 왜 이리 우리는 전집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얼마전 어느 헌책방에서 조우한 《모파상전집》이다. 전 7권이 꽂혀 있어, 국가전자도서관 들어가 검색하니, 전질이다. 서지사항을 봤다.
모두 1970년 출간이니 동시에 냈다 보다. 역자는 모두 이수천李修天 이라는 한 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생소한 이름이다. 출판사는 유문출판사有文出版社라 하는데, 이 출판사 역시 생소하다. 1970년에 이미 기 드 모파상 전집이????
그만큼 한국출판문화사를 보면 의외의 일이 많다. 왜 저런 전집을 그리 좋아했는지, 무슨 내력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보는데, 마뜩한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 전집 선호 전통은 요새라고 다를 바 없어, 그 요새의 현상은 다른 기회를 엿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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