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 이모저모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1)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21.
반응형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었을 때, 이딸리아 제일의 도시 피렌체에 무서운 흑사병이 덮쳤습니다. 이 유행병은 천체의 작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들 인간을 올바른 것으로 만드시기 위해서 하느님이 가하신 정의의 노여움에 의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읍니다만 몇 해인가 전에 동양 쪽에서 발생하여 무수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고 그칠 줄 모르게 잇달아 번져서 무섭게도 서양에까지 만연해 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인간의 지혜도 예방의 대책도 소용이 없었습니다만, 아뭏든 그 때문에 임명된 관원들이 시내에서 산더미 같은 오물을 쳐내고﹐ 환자는 일체 시내에 있지 못하게 금했으며, 병을 막기 위한 별의별 주의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자주 행렬을 짓는다든가, 갖가지 기도문들을 되풀이한다든가 했읍니다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으며, 앞에서 말씀드린 해의 초봄에는 흑사병이 무서운 감염력을 발휘하여 처참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코피가 나기 시작한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만, 그것과는 달리 여기서는 병에 걸린 시초에는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살이라든가 겨드랑 밑에 속칭 가래톳이라고 부르는 보통 사과나 달걀만한 망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몸의 그 두 부위에서 순식간에 치명적인 이른바 그 가래톳이 온몸에 번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금방 팔이나 허벅지에 남빛 또는 검은 반점이 나타나고 이어 몸의 다른 부분에도 무수히 나타나는데 큰 반점은 그 수가 적게 작은 반점은 많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래톳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가오는 죽음의 틀림없는 전조듯이 이 반점은 누구에게 나타나건 죽음의 조짐을 나타냈습니다.

 

이 전염병에는 어느 의사의 진단도 어떤 약도 소용이 없었고 효력도 없었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병의 성질이 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의사의 무지 탓인지(실제로 의사의 자격이 있는 자는 남녀간에 그 수는 매우 많았습니다만, 워낙 의학에 대해서는 도무지 무지했으므로)﹐ 어떻게 병이 진척되는지 전혀 짐작을 못했기 때문에 적당한 치료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낫는 자는 극히 드물고, 아니 오히려 거의 전부가 앞에서 말씀드린 반점이 나타나고부터 다소 늦고 빠른 차이는 있더라도 사홀 이내에 열도 없고 다른 발작도 없이 죽어 간 것 입니다.

 

이렇게 흑사병은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갔습니다. (한형곤 옮김 《데카메론》, 학원출판공사, 1985에서 전재함) 


 

이탈리아 하루 만에 사망자 627명 최다 증가…누적 4천32명(종합)
송고시간 2020-03-21 03:40 
전성훈 기자
누적 확진자 5천986명 증가한 4만7천21명…일일 증가폭 최대
밀라노 있는 롬바르디아주 누적 확진자만 2만2천여명…한국 3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