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31 07:00:04
<당송팔대가 《유종원집》 완역>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중국 역사에서 왕이나 황제를 하늘과 등치시킨 장본인은 전한시대 때 춘추공양학자인 동중서董仲舒였다.
그는 이른바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과 음양재이설陰陽災異說을 양대 축으로 삼아 지진이나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을 음양의 부조화에서 말미암은 현상으로 파악하면서, 그 근본원인은 하늘에서 독점적 지배권을 위임받은 지상의 최고권력자인 천자가 통치를 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명대 화가 주문정周文靖이 유종원의 유명한 孤舟蓑笠翁,獨釣寒江雪을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 이 그림 혹은 시 주제는 추운 날은 밖에 나가 뻘짓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봉황이 내려오고, 기린이 나타나는 일과 같은 상서(祥瑞, 상서로운 조짐)는 그 반대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한유韓愈(768~824)와 더불어 각종 꾸밈에만 치중하던 중당中唐 문단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고문古文운동의 주창자이기도 한 유종원柳宗元(773~819)은 이런 논리가 "부정한 무당이나 눈먼 사관(史官)의 말과 같아 후대를 속이고 어지럽힌다"고 반박한다.
그는 '정부貞符', 즉, 진정한 의미의 상서로움이 무엇인지를 논해 황제에게 바친 글에서 "운명을 주는 곳은 하늘이 아니라, 백성"이며 "어짊을 상실하고도 오래도록 (생명을) 보존하는 이는 없으며, 상서로운 현상에 의존해 오래 산 사람도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유종원은 지진과 같은 일은 천지산천과 음양의 두 기운이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멈추며 스스로 솟고 스스로 흐르는" 자연현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하늘이 하는 일과 인간이 하는 일은 "각기 움직여 관여하지 않으므로" 하늘이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하선생집 중 외집하 일부
유종원이라고 하면 고문진보古文眞寶에 수록됨으로써 더욱 유명한 논설 '포사자설抱蛇者說'을 떠올리곤 한다.
이 논설은 생명을 건 독사잡이로 연명을 해야 하는 민초의 대표주자인 땅꾼의 비참한 일상을 빌려 당시 조정과 권력자의 가렴주구苛斂誅求를 통렬히 비판한 명문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문장 하나가 그를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죽은 이를 애도하는 묘지명墓誌銘과 같은 조사弔詞나, 곤충과 같은 사물에 가탁해 자기 생각을 펴는 우언체 문장에도 특출난 재능을 발휘했다.
유종원은 806년 5월15일 자신의 임지인 영주永州(지금의 후난성)에서 68세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현지에 매장했다가 이듬해 서울로 이장하면서 쓴 글에서 "천하의 소리 다 동원해도 이 슬픔 펼칠 수 없고, 천하의 말을 다 동원해도 이 뼈아픈 심정 전할 수 없네"라고 노래했다.
그의 첫 부인 홍농 양씨弘農楊氏는 결혼 생활 3년만에 23세로 요절했다. 아내의 건강 상태를 유종원은 묘지문에서 묘사하기를 "평소 족질足疾을 앓아 제대로 걸을 수 없었으며, 혼인해 3년이 안 되어 아이를 가지면 유산되곤 해서 그 병이 더욱 심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종원이 남긴 각종 산문과 시를 빠짐없이 모은 문집 《유종원집柳宗元集》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동양편)에 포함되어 최근 완역되어 나왔다.
도서출판 소명출판에서 전 4권으로 선보인 이번 국역본은 중문학 전공자들인 오수형(서울대)·이석형(중앙대)·홍승직(순천향대) 세 교수가 공동으로 옮겼다. 번역 저본으로는 오문치吳文治 등이 점교點校해 1979년 중국의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나온 《유종원집》(전 4책)을 삼았다.
이 《유종원집》은 전체 45권 분량이며 그의 글을 아시가곡雅詩歌曲·고부古賦·논論·변의議辯·비碑·비명碑銘·행장行狀 등으로 나누어 수록했다.
당송팔대가 문집으로 온전한 번역이 이뤄지기는 이번 유종원집이 처음이다.
각권 420-548쪽, 권당 2만6천-3만1천원.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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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아래 참조
https://ctext.org/wiki.pl?if=gb&res=176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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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을 함께 참조하라
이왕팔사마二王八司馬와 영정혁신永貞革新, 특히 유종원과 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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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연구회 당송팔대가문초 번역 시리즈
그의 글 중에서도 산문, 개중 정수가 될 만한 것을 추린 것으로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鈔》에 포함된 유종원편이 있다. 현재 완역 상태인지 계속 중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그 완역을 해 나가는 중이다. 개중에 유종원편이 포함되어 2권짜리인가로 나왔으니, 이 판본도 참고하기 바란다.
아울러 그의 문집은 《유하동집柳河东集》이라고도 한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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