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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문정경중問鼎輕重, 저 세발 솥은 무게는 어떠한고

by taeshik.kim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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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가 기울고 제후국들이 자기 목소리 크게 내던 춘추전국시대, 춘추오패의 하나로 꼽히는 초 장왕이 주나라 수도 낙양 근처까지 병사를 이끌고 왔다.

이에 주 정왕은 대부 왕손만이란 이를 사신으로 뽑아 장왕에게 보냈다. 장왕은 왕손만을 만나자마자 대뜸 묻기를,

"구정九鼎은 크기가 얼마나 되오?"

중국 고대에는 전국 9주州의 구리를 모아서 만든 9개의 세발 솥, 곧 구정九鼎이 왕권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그 구정 크기를 묻는다? 왕손만은 답하지 않는다. 그러자 장왕은 다시 묻는다.

"크기를 모르면 무게는 알 수 있겠군. 구정은 무게가 얼마인가? 참고로 우리 초나라에선 부러진 창끝만 모아도 그런 솥 서너 개는 만들 수 있을 게요."

이는 주나라 왕실로부터 그것을 빼앗아 초나라로 옮기겠다는 뜻이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여차하면 주나라의 권위도 부정할 수 있으리라는 것!

왕손만은 차갑게 답한다.

"아, 왕이시여. 어찌 그리 말하시나이까."

왕손만은 "세발 솥의 무겁고 가볍고가 문제가 아니라, 덕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주나라의 덕이 비록 쇠하였습니다만 아직은 천명이 바뀌지 않았으니, 세발 솥의 경중을 물을 수 없습니다周德雖衰, 天命未改, 鼎之輕重, 未可問也"라고 하였다.

장왕은 이 말을 듣고 군대를 물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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