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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남농 선생의 대나무

by taeshik.kim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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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근현대 한국화가 가운데 이 어른, 남농 허건(1907-1987)을 가장 좋아한다. 소치의 손자니, 호남 화단의 거목이니 하는 미사여구는 둘째치고, 집에 들른 외판원도 그냥 보내지 않았다는 그 인품에다가 마주 보면 바람소리가 들릴 듯한 그의 소나무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가 없었던들 60-70년대의 이른바 동양화 붐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 특히 만년작은 위작이 많기로도 유명하지만, 워낙 인기가 있었기에 나타난 현상 아니겠는가.

2. 남농 선생은 주로 산수와 소나무를 즐겨 그렸고, 사군자나 화조는 썩 즐기지 않은 것으로 안다. 젊은 시절의 화조도는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실물로 봤고, 난초나 대나무는 몇 차례 만났는데 그야말로 남농의 모습다운 난초와 대나무였다는 기억이다. 매화는 얼핏 본 듯도 한데 국화는 아직 본 적이 없다.

3. 두방, 일본어로 스키시라 하는 종이패널에 친 남농의 대나무를 보게 되었다. 1984년 봄에 그렸다는데, 날렵하게 쭉 뻗은 대가 아니라 이리저리 바람에 휘면서도 금세 다시 곧게 설 듯한 대를 치셨다. 받는 이는 김화신金和申이라 했는데, 평소 존경하는 황정수 선생님께서는 혹 광주에서 큰 화랑을 경영했던 김화중金和中이란 분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남농 본인이 스스로를 元老南農이라 하셨는지...

4. 화제를 읽어보니 과연 대나무 그림에 걸맞는 화제다.

누가 대나무는 향기가 없다 했는가 雖云竹無香
때로 맑은 바람이 향기와 짝해 오거늘 有時淸風伴香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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