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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문화재는 갖고 놀아야 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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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신주神主가 아니라 완구玩具여야 한다는 말 나는 주구장창한다.

저 펭수토기가 기능을 두고 말이 많거니와 저것이 연기통이건 시루건 문화재로 태어난 것이 아니요 더구나 신주로 탄생한 것도 아니다.

함에도 발굴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그것이 출현하는 순간 신주로 돌변해서는 만져도 안되고 함부로 근접해선 안된다는 금기禁忌가 유령처럼 배회한다.

금기란 무엇인가?
기피다.
기피란 무엇인가?
격리다.

그리하여 저것이 태어나던 공간에서 완물玩物이었을 흙더미는 금덩어리로 돌변해 금지옥엽 금이야 옥이야 상찬하기 여념이 없다.

그것이 설혹 문화재적 위치로 돌변했다 해서 그것이 신주일 수는 없다.

소중하단 것이 완구가 되지 말아야 하는 말과 동의어일 수는 없다.


같은 데서 나온 이른바 신라시대 몽둥이 목간이다.

어딘가 매달았던 듯한데 이 역시 신주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어 낙서임이 분명한 긁적임도 군데군데 있다.

이 역시 완물이다.

연습장이요 노트였을 가능성도 있거니와

저 역시 설혹 신주로 태어났건 말건 그 출현과 더불어 일약 국가의 보물로 격상해서 대접받는다.

완물 혹은 완구여야 한다는 말이 그것을 함부로 대하고 막 굴려도 된다는 말과 동의어일 수는 없다.

그리 해석하는 놈도 있는 모양이나 그건 대꾸할 가치도 없다.

이 문화재 신주단지주의가 부른 비극 중 하나가 승례문 방화다.

이 얼빠진 노인네가 붙잡히고 나서 한 말이 언제나 뇌리에 남는다.

이미 창덕궁 방화전력이 있는 이 뇐네한테 왜 승례문 불을 질렀냐 하니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라 했다.

방화를 부른 것은 방비가 허술했기 때문이 아니다.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요 경비인력이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그 금기와 그 기피가 부른 참극이다.

문화재는 그 어떤것도 일상에서 유리하거나 격리할 수는 없다.

만지고 부대껴야 한다.

펭수토기?
몽댕이 목간?

별거인가?
완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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