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이 문화재청장에 임명되고서 얼마 뒤의 일이다. 그러니 아마 2005년 하반기 무렵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 문화재위 회의록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개선을 촉구한 적이 있다.
내가 그에게 말한 요지는 이랬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 곧 결정 내용만 덩그러니 게재하는 일은 말도 안 된다. 문화재위 심의 의결은 국가 정책을 결정한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오고간 발언론이 기록되지도 않고, 공개도 안되는 것은 역사의 죄악이다.
국회가 왜 모든 발언록을 공개하는가?
시의회 구의회도 모든 발언록 기록하고 공개하며, 하다 못해 일선 학교에서도 학급 회의 같은 것은 발언록을 남긴다.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문화재위가 왜 이 따위로 하는가?
모든 국민은 알아야 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것을 결정하기까지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그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뜻을 당시 유홍준만이 아니라, 나는 당시 문화재위원들한테도 틈만 나면 요구했다.
한데 그것을 반대하는 논거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모든 문화재위원이 벌떼처럼 반대하고 나섰다.
왜 반대했을까?
그렇게 되면 아무도 소신없는 발언을 못하기 때문이란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 협박에 견뎌낼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젠장...이런 정신자세로 무슨 문화재위원을 한다는 말인가?
이런 요청이 있은지 얼마 뒤 유홍준을 다시 만났더니 이런 말을 했다.
"김 기자가 한 말, 내가 알아봤거든. 근데 모든 사람이 다 반대하네? 청에서도 반대하고 문화재위원들도 반대하고...."
뭐 청장이 하고 싶지 않다는데 나라고 용뺄 재주는 없다.
그러다가 몇년 전부터 문화재위가 녹취를 하기 시작했다.
그 녹취 자료 중 일부가 국정감사에서 공개되어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대표 인물이 문화재위 전체위원장이자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인 이인규 선생이었다.
이 양반, 천연기념물 관련 무슨 안건 심의를 한 문화재위 회의가 있었는데, 그때 중간에 "밥 먹고 합시다" 이런 말이 있었다.
이걸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다 해서 문화재위 모든 발언은 녹취하며 그것을 정서해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반박할 수 있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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