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첨성대 주변은 어김없는 이 풍경이라 첨성대가 무에 볼 만하다고 이걸 보러 두 번 세 번 네 번을 가겠는가?
봄엔 유채 여름엔 로터스플라워, 가을엔 핑크뮬리 교대하는 그 풍광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흡입한다.
근자 해바라기 피던 시즌 연천을 갔다 그곳 호로고루로 향하다 논길로 차를 돌리고 말았으니 해바라기 명소로 소문나는 바람에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차량으로 범벅이었고 현장은 사람으로 미어터졌단다.
그 황량한 임진강변 삼각김밥 호로고루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단군할배도 몰랐다.
이 황량한 부여 능산리고분군. 그래 세계유산 등재되고 이름도 무슨 왕릉원으로 바꿨다지만 누가 저길 두 번 다시 간단 말인가?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이 볼 만한 것도 아니요 짜가로 만들어 놓은 뫼등 여섯기만 덩그레한 저 잔디밭을 누가 두 번 다시 간단 말인가?
인근 능산리절터. 발굴 끝난지 언제인데 아직 저 모양이라 정비 정비하지만 그 정비 안 봐도 비디오라 잔디밭 말고 뭐가 더 있겠는가?
경주 황룡사터. 이 드넓은 절터야 그런대로 명망이 있고 오죽 이야기가 많은 석물이 현장을 지키니 그런 대로 이른바 폐허미를 선물하는 곳이기는 하나 나무 한 그루 그늘 하나 없는 이 황량한 대지는 방치할 뿐이다.
저것이 정비라고 하며 저것이 문화재보호라고 하며 저것이 문화재를 지키는 일이라 강변한다.
그러니 틈만 나면 저곳에 건물을 짓고자 하는 욕망이 표출하는 인내의 시험장이 되는 것이다.
묻는다.
저것이 보존이며 정비이고 활용인가?
그건 방기요 방치며 폐기 훼손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재활용? 집어쳐라.
다 갈아엎어버리고 꽃밭 가꾸는 게 문화재 활용이다.
저 능산리고분 능산리절터에 왜 꽃과 나무는 못 심는가? 잔디 뽑아버리고 봄엔 모란 작약 꽃피게 하고 여름엔 해바라기 가꾸며 가을엔 핑크뮬리 댑싸리 정원 만들어야 한다.
저 드넓은 황룡사터는 나로선 아까워 죽을 지경이라 형형색색 꽃밭으로 제격이라 뭐가 무서워 꽃밭 하나 만들지 못한단 말인가?
원형? 원형이 뭔데? 니들이 황룡사 원형을 알아?
다 날아가고 겨우 바닥 편린만 남은 것을 원형이라 강변할 수는 없다.
문화재활용..거창한 거 없다. 다 갈아버리고 꽃밭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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