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산리절터..저 넓은 절터 어디에도 나무 한 그루 없다.
무엇을 홀라당주의라 이름 하는가? 잔디잡풀주의의 다른 이름이라. 문화재 원형을 보여준다는 구실로 그에 방해가 되는 우수마발은 다 뽑아버림으로써 정작 현장에는 나무 한 그루 남기지 않고 잔디만 식재하거나 잡풀이 우거지게 하는 문화재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 다르게 공활주의라 이름하노라.
문화재 그 자체를 빛나게 한다면서 그 시각적 감상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물들을 모조리 치워버리는 경향을 나는 홀라당주의라 이름한다. 우리 문화재 현장에서 이런 경향은 매우 강해서 예컨대 고분군이나 성곽 사적 정비를 보면 예외없이 성벽 주변, 혹은 고분 주변 나무는 다 베어 버리는 소위 개활지 정책을 쓴다. 그리해서 베어낸 나무와 잡풀 자리에는 언제나 골프장을 연상케 하는 잔디밭이 무성하다. 하지만 나무는 있어야 한다. 나무 외 여타 시설물이 가미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 빚어내는 교향곡이 바로 경관 landscape 이다.
누가 없애는가? 그 제일 원흉은 고고건축학도다. 이들 건축 혹은 고고학도는 보수정비 이전에 발굴조사를 진행하거니와 조사에 방해된다 해서, 나아가 그 조사 진행 중에는 사진 촬영에 방해된다 해서 조사구역 내 나무는 제아무리 고목이라 해도 보호수 따위로 지정된 극소수만을 제외한 모든 나무를 베어버린다. 두 번째 원흉은 이를 승인하는 문화재위원회와 행정 당국이라, 이들은 수목엔 전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유구 확인 노출에만 혈안인지라 범죄의 공모자들이다.
경주 나정 최근에 본 적 있는가? 그 울창한 숲 다 망실했다. 경주향교 뒤편 본 적 있는가? 숲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 베어냈느냐 물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답변이 내려왔다. 문화재청 지침이 그렇다는 것이다.
분황사에서 바라본 황룡사터..역시 나무 한 그루 없다.
이에서 저 홀라당주의 세 번째 원흉이 다름 아닌 문화재청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남대문 방화사건 이후 방재시스템 강화한다고 지정 문화재 주변에서 화인이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뜯어제끼고 뽑아버리라고 한다.
묻는다. 남대문이 주변에 숲이 있어 화재가 났는가? 노망난 늙은이 신나 들고 가서 뿌려 일어난 일이다. 저 홀라당주의를 대머리주의라 하고 싶지만 내 주변에도 독수리머리가 많고 또 인권침해 우려가 있어 참는다.
익산 제석사지 중 탑지..희귀하게 고목을 남기고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 홀라당주의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니, 바로 고고학은 유적유물의 '맥락'을 밝히는 사명을 띠고 났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서, 모든 발굴현장 모든 유적유구를 홀라당 파제끼는 주의를 일컬음이라,
이 홀라당주의는 구조를 밝힌다는 허울 아래 해당 유적을 깡그리 들어냄이라,
무덤을 쌓은 공정을 밝힌다며, 나아가 토층을 밝힌다며, 밑바닥이 궁금하고 뒷벽이 궁금하다 해서 홀라당 아주 파제끼는 주의라,
그리하여 몽땅 문화재 드러난 현장엔 아무 것도 남지 않으니, 이는 화재 혹은 수몰현장보다 더한 참극을 빚어내니,
그리하여 남은 것이라곤, 생토층이 지하 몇 미터에서 나타났다거나,
이 유구는 풍화암반층을 까내고 조성했다거나,
토층은 사질점토층이 지하 몇 미터에 위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거나
혹은 이 무덤은 집단으로 나누어 구획 조성을 기도해서
봉분 예까지는 어느 집단이 쌓고, 저기서 요짝까지는 다른 집단이 쌓았다는 따위이니
이런 씨잘데기 없는 보고를 나열하는 학문이 고고학이라,
묻거니와, 고고학은 문화재를 위한 학문인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학문인가?
문화재 홀라당주의를 경멸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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