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2020.5.20.(수)-10.5.(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코로나가 이렇게 까지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4월쯤이던가, 박물관으로 기산 풍속화 기획전을 한다는 내용이 담긴 우편물을 받았다. 우편물 안에는 기산 풍속화가 그려진 달력도 같이 있었다. (저에게 까지 박물관 소식을 보내주셔 늘 감사드립니다.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그림을 보고 좀 충격적이었다. 풍속화 하면 떠오르는 담백한 단원 김홍도, 여리여리한 혜원 신윤복 느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몸에 비해 머리가 상대적으로 크고, 이목구비도 과감(?)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입술은 붉고, 또 머리숱은 왜 이렇게 없는지. 그림의 내용은 우리의 옛 모습늘 보여주고 있지만,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은 꼭 서양 만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그림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색해했다.
그렇다면 기산 김준근은 누구일까?
왜 이런 풍의 그림을 대량으로 그렸을까?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설명에 아주 잘 나와 있어 설명을 갈음하고자 한다.
민속 전 분야를 그린 수수께끼 인물이자 K-culture의 '원조', 기산 김준근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 생몰년 미상)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화가로, 부산의 초량을 비롯하여 원산, 인천 등 개항장에서 활동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서양 문학작품인 『텬로력뎡』(천로역정, 天路歷程)의 삽화를 그렸다.
그는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나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생업과 의식주, 의례, 세시풍속, 놀이 등 전 분야의 풍속을 그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당시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에게 많이 팔렸으며,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되어 있다.
기산 그림을 계속 보다보니 또 나름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머리가 커 그런지 만화 캐릭터 같기도 하고.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126년만에 독일 MARKK(Museum am Rothenbaum–Kulturen und Künste der Welt, 舊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기산 풍속화 79점을 본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을 담은 국립민속박물과 소장 그림과 독일 MARKK 소장 그림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기를!
또 좋았던 점은, 기산의 풍속화와 그림 속에 나타난 민속품을 같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꿩 먹고 알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또 뭐있을 까요?)
특히, 시치미!
말만 수도 없이 들었던 ‘시치미를 떼다.’ 할 때의 그 ‘시치미’를 처음 보았다.
전시에서 시치미 보시고 못봤다고 시치미 떼지 마시길. ㅎㅎㅎ
그림 전시다 보니, 영상을 많이 활용하였다. 움직이는 영상으로 그림을 보니, 당연 생동감있고, 실제 유물에서는 작아 잘 보이 않았던 부분까지 볼 수 있었다.
잠시 영상을 감상 타임.
다시 민속도감을 만든다면 당연 기산 풍속화를 활용하여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그 시대 생활상을 잘 담고 있다.
기산 김준근이 누군지 궁금하다면, 그 사람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하다면, 그림 속 숨어 있는 민속 유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꼭 한 번(두 번, 세 번) 가 보길 권한다.
*코로나19로 그 동안 박물관들이 꽁꽁닫아 있었는데, 이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하여 시간 내어 다니고 있습니다. 멋진 전시 준비하여 열어 준 국립민속박물관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가족과 함께 하여 인사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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