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통 사학과 출신도 아니고, 더욱이 민속학과 출신도 아니다. 학부는 박물관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행정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바로 취직한 데는 박물관과는 더욱 거리가 먼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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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회사 일이 손에 익으니, 쉬는 날이면 혼자 답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에서야 ‘답사’라고 하지만 그때 나에게는 ‘답사’라는 개념도 없었고, 그냥 고등학교 한국사시간에 배운 곳들을 더듬으며 다니는 여행? 정도였다. 아는 게 없으니, 보아도 크게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막연히 좋았다.
수백, 수천 년 세월을 견디고 그 자리에서 한결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모습들이 좋았다. 그 안에, 정말 개미만큼 작은 내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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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니 전공자는 아니어도 마음 한 켠에는 늘 이쪽(?)을 동경했고, 좋아했나 보다. 박물관 쪽으로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공주대학교 이해준 교수님을 찾아가 관련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성과로 조선시대 향교에 관한 작은 논문도 쓸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운이 좋아 천안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하였고, 현재는 온양민속박물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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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처음 박물관 근무 할때는 내가 이렇게 밝지 않았다.
전공자가 아니어 부족하다는 생각에, 늘 주눅이 들어 있었다. 이런 자격지심 때문에 그래서 더 박물관이 어렵고, 고고하게 느껴졌다. 항상 눈치를 보고 쭈볏거리고, 얼굴에는 그늘이 있었다. 그러다 나의 인생 전환점을 만들어 준 선생님을 만났고, 그 뒤로 나는 조금씩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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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변한 것이 아니라 이게 내 본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보고, 웬만하면 즐겁게 지내고, 웬만하면 웃고 지내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박물관이라는 곳이 더욱 재밌게 느껴졌다.
내가 재밌으니 이런 부분을 좀 더 많은 분들과 공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김태식 단장님을 알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보는 공간에 박물관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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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을 쓸 때, 나의 모토(?) 기준점(?)이 있었다.
쉽게 쓰자.
쉽고 편하게 써, 일반 분들과 박물관 사이에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였다. 박물관에 관심 있는 분들이 좀 더 쉽게 다가 올 수 있도록 하고, 박물관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쪽 분야 전공자도 아니어서 학문적으로 심도있게 쓸 수 없을 뿐더러(ㅠㅠ), 그렇게 쓰고 싶지도 않았다. 학술적인 글들는 조금만 찾아봐도 이미 많은 논문과 책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을 뒤로하고 전문가인 척, 민속에 대해 박물관에 대해 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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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대해, 유물에 대해, 이쪽 분야에 대해 내가 아는 선에서(모르는 것이 있다면 공부해서) 쉽고, 편하게 써 박물관 주변인들에게 관심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 (이런 사람도 글 쓴다....혹시 모르지 않는가, 나처럼 비전공자가 내 글을 보고 이쪽으로 발을 디딜지....너무 나갔나...?ㅎㅎ)
서론이 길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원로 한 분께서 내 글이 너무 가볍지 않느냐, 학구적으로 가야하지 않느냐 라고 걱정을 해주셔서이다.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나의 글은 일반 분들이 좀 더 친근하게, 편하게 박물관에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다리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다.
그런데 나도 글을 쓸 때마다, 가끔은 잊어버리고 어렵게 쓸 때가 있다. 내심 뭔가 뽐내고 싶은 어린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럴때마다 처음 내가 박물관 이야기를 쓰게된 이유를 생각하며, 조금 더 쉽게 풀어 쓰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지금의 매체가 갖는 특성과 맞기도 하다.
내가 학문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혹 너무 가벼워 보일 수 있고, 글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때는 가감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그 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마음속 깊히 감사드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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