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야, 요즘 얼굴빛이 좋지 못하구나.
무슨 말 못할 고민이라도 있는게냐.
아닙니다.. 그냥 요즘 제 말의 무게를 느끼는 중입니다.
말의 무게를 느낀다? 우리 동자가 이제 더이상 동자가 아니구나. 하산해도 되겠구나. 허허허.
그래 그 말의 무게라는게 어떠하더냐?
웃지마셔요. 저 심각하단 말이에요. ㅠㅠ
제 입밖으로 내 뱉은 말은 공기와도 같아, 가벼워 그 무게를 느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 보이지도 않고 무게 조차 느낄 수 없는 그 말로 인해 사람들이 상처 받고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걸 보았어요.
더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제 가슴 속에 아주 작은 사자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사자라. 사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게냐?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먹고 자라는 사자입니다.
만약 제 가벼운 말로 인해 혹여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사자는 점점 더 커져요.
처음에는 콩알만하던 사자가 점점 커지더니, 이제는 가슴 밖 까지 삐져나와 꽤 무거워 졌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더 시간이 지나면 커져버린 사자가 저를 집어 삼킬 것 같아요... 죄송하고, 무섭습니다.
상대가 상처 받을 줄 알고 하였다면, 크게 실망할 뻔 했구나. 하지만 모르고 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엎지러진 물,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가 없단다.
아주 긴 시간, 깊은 속죄가 필요하겠구나.
네...
그럼 이 사자가 작아 작아질 날이 올까요?
우리 동자, 욕심이 크구나.
억겁의 시간이 지나면 조금 작아질까?
뱉은 말은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했잖니. 그 사자가 더이상 더 커지지 않게 지금 부터라도 조심하고, 조심하고.. 너로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속죄하고, 그 사람들이 평온하게 살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너의 죗값을 치르렴.
네... 나한님.
이 사자는 저의 업보인가봅니다.
남은 생 이렇게 이고 다니며, 보고 반성하고, 더 이싱 커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나한님, 나한님의 코는 왜 없어졌나요?
허허허... 나도 이유가 있지.
그건 다음 기회에 설명해 주마.
**
유물 이미지는 테라픽스 정성혁 대표님께서 촬영하고, 제공해 주셨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3D 촬영본도 곧 공개하겠습니다. 정석혁 대표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여러분에게도 혹시 사자가 있나요? 있다면 사자의 크기는 얼마만 한가요?
***
글의 내용은 단순히 유물의 나타난 모습만 보고 저의 상상력으로 적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불교에서 나타나고 의미하는 내용과는 다르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승불교에 보면 부처님의 지혜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으로, 문수보살이 있습니다. 이 문수 보살을 사찰에 모실 때 손에 칼을 들고 있거나 사자를 타고 있는 모습을 한 경우가 많은데, 칼은 번뇌를 단호히 끊어 버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용맹의 상징인 사자를 통해 지혜의 준엄한 성격을 보여주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자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품고 있기는 하지만, 이 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은 분을 문수보살로 보아도 괜찮을까요?
여러분들의 고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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