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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밥상으로 바둑판을 쓴 풍운아 김옥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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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균古筠 김옥균金玉均 이야기>

얼마 전, 존경하는 위가야 선생님 포스팅에서 김옥균 이야기를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 그려본다.

갑신정변을 일으킨 '풍운아' 김옥균의 정치적 행적이나 사생활에 대해서 내가 길게 얘기할 것은 없지 싶다.

하지만 지금도 간혹 박물관이나 경매장에서 그의 글씨를 보면 분명 매력이 있다.

예전에 들은 몇 토막 일화에서도 그런 매력이 느껴진다. 그러니 동아시아 삼국 정부가 모두 적대하는 처지였으면서도 어떻게든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던 게 아닐까.

김옥균 하면 같이 언급되곤 하는 게 바둑이다. 지금으로 치면 아마 3단~4단 정도 기력棋力이었다고 하는데, <갑신일록>을 보면 조선에서도 바둑 내기를 핑계삼아 일본 공사관을 드나들며 갑신정변 계획을 짰다고 한다.

일본에 망명하고 나서는 더욱 바둑에 탐닉한 모양으로, 이때 그의 벗이 되어준 이가 19세 혼인보本因坊 슈에이秀榮다.

만화 <고스트 바둑왕(원제: 히카루의 바둑)>에도 나오는 혼인보는 원래 일본 전국시대부터 내려오는 바둑 가문이었다.

그런 집안 당주였던 슈에이는 도야마 미쯔루頭山滿 소개로 김옥균과 만나고 곧 친구가 되었다.

일본 정부가 김옥균을 섬으로 유배보낼 때마다 그를 따라가서 바둑을 같이 두곤 했다니 그 우정을 알 만 한 일이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들은 이야기인데, 하루는 김옥균이 슈에이를 찾아와 바둑을 몇 판 두었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다 말하기를, "우리 집에 밥상이 없어서 그러는데 상 하나만 빌려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슈에이도 곤궁한 처지라 빌려줄 상이 없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는 "그럼 이 바둑판을 가져가게나."라고 하고 방금 전까지 두던 바둑판을 선뜻 내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받아온 바둑판이 전설의 부목浮木 바둑판이었네, 상하이까지 그 바둑판을 짊어지고 갔다가 홍종우에게 암살당한 뒤 행방불명되었네 같은 말이 덧붙기도 하지만, 그런 군말 없이도 퍽 아름다운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실제 있었을 법한 이야기기도 하고. 왜?

혼인보 가문은 에도 시대에 바쿠후에서 최고의 바둑 명인에게 내리는 관직인 기소(碁所, 고도코로)를 받은 네 가문 중 하나다.

당연히 바쿠후와 깊이 연결된 혼인보 가문은 메이지 시대가 되면서 크게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슈에이도 꽤나 고생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어쩌면 그랬기에 망명객 김옥균과 더 죽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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