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한이 아뢰기를, “소신이 심려하는 것이 있습니다. 도성 안 모든 교량이 다 막혀 큰물이 지면 도성 백성이 휩쓸릴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준설하여 통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궐의 연못과 교량도 많이 막혔다. 이는 산에 나무를 기르지 않아서 그렇다. 대체로 도성 안 인민이 너무도 많다고 할 만하다. 육조거리는 예전에 인가를 짓지 못하게 하던 곳인데, 지금은 인가가 많다. 종로 앞길이 이처럼 되풀이되니 기강이라는 것을 도무지 볼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홍봉한이 아뢰기를 “들어선 인가를 헐어 내야 합니까?”라고 하니, 상이 이르기를 “헐어 내면 어찌 잔인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홍봉한이 아뢰기를 “준천濬川하는 일은 온 도성과 삼군문三軍門의 인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니, 상이 이르기를 “준천을 하더라도(파낸 흙은) 어디에 두겠는가. 전부터 있던 골칫덩이에 새로운 골칫덩이를 더해서야 되겠는가?”라고 하였다. 홍봉한이 아뢰기를 “소신의 생각으로(파낸 흙은) 천변 좌우에 쌓고 산에는 나무를 심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에 실시할까요?”라고 하니, 상이 이르기를 “관풍각觀豐閣 근처가 전에는 막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두 막혔다. 이는 필시 응봉鷹峯의 토사가 흘러내려 그런 것이다. 옛날 ‘말을 타고 광통교廣通橋 아래로 오간다’는 말도 있었다. 우리나라 상황이 홍수가 나 범람하더라도 꼭 물에 잠길 우려는 없었고, 외적이 침입하여 도성을 수공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큰 물줄기라면 배가 살곶이[箭串]까지 들어왔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물을 대어도 흥인문에 이르기는 어려웠다. 지금의 상황을 보자면 노량진은 태반이 막혀 모래사장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홍봉한이 이르기를 “수구문도 메워져 물이 청량교靑梁橋로 빠져나가지 못하니, 고인이 된 참판 이중협李重協의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는데 오간수문에 시신이 걸려 건져냈습니다”라고 하였다. (『承政院日記』 英祖 27年 5月 2日 戊戌)
경기 포천 사정리 모래내
어린시절 주변에서 흔히 보던 백사장白沙場을 동경하는 시선들을 가꿈 마주한다. 그랬다.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우리네 강과 내는 온통 백사장이었다. 그 백사장에서 씨름대회가 열리고, 소시장이 들어섰으니, 그런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그곳이 마치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고향이라 되는양 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모래사장을 향한 이런 시선이 폭력으로 돌변한 적이 있다. 바로 이명박정부 시절, 그가 주축이 되어 추진한 이른바 사대강사업이 본격화하자, 그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없어진다며, 그래서 그의 사대강사업은 이런 아름다운 우리네 국토 풍광을 망치는 일이라는 분노가 노도와 같이 들끓었다.
그래, 그런 모래사장 중에서도 그 환경 여하를 막론하고 모래톱이 형성되는 지형이 있음을 내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백사장, 걸핏하면 어린시절 그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리며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이상향이라도 되는 듯이 뇌까리는 그 백사장은 그 의도 혹은 꿈과는 전연 딴판으로 실은 환경파괴 산림훼손이 준 선물에 지나지 않는다.
1969년 뚝섬유원지 백사장
왜 백사장이 발달하는가?
그 상류 산림이 헐벗어 일어나는 일이다. 산과 들에 나무가 없으니, 비만 왔다 하면 그 빗물에 모조리 토사가 씻겨 내려와 강물에 실려 하류로 하류로 달리다가, 기어이 응겨 붙어 옴싹달싹도 하지 못하게 된 땅이 모래사장이요 백사장이다.
무슨 아름다운 풍광이겠는가?
한강도 그랬다. 이 한강도 70년대 이전까지 온통 백사장이었다. 왜 그랬겠는가? 그 답은 그 승정원일기에 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그 강변은 동경도 아니요, 고향도 아니다. 그것은 헐벗은 이 국토 이 산하의 폐허와도 같은 절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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