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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벌집 쑤신 국가유산법] (2) 중앙과 지방의 괴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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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기본법은 무엇보다 기존에 문화재로 통용하던 말을 '국가유산'으로 일괄 교체할 것을 주문하고 강요하고 윽박하며 법제화했다. 

이 문제가 초래할 심각성은 실은 법령 제정 단계에서 많은 지적이 있었거니와, 이를 문화재청은 지금은 국가보훈부로 이름을 바꾼 국가보훈처로 돌파하고자 했다. 국가라는 말이 주는 군국주의 냄새를 국가보훈처도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는 요지였다. 

또 마침 중국에 보니 국가문물국이 있다.

하지만 누차 이야기하지만 문화재라는 용어가 유산 heritagea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이번 법령 체제 개편의 가장 큰 이유인 자연유산의 포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이지만,

지들이 중앙정부 기관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포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중앙정부 주도 냄새와 군국주의 냄새가 물씬한 국가유산이라는 대체어로 들고 나와 그것을 마침내 밀어부쳐 저 따위 요망한 법령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그래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대체한다. 크게 문제가 없을 거 같지? 한데 막상 그 시행을 하려고 보니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 당장 문화재행정이라 하지만, 문제는 그 실무는 90%가 중앙정부부처인 문화재청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방행정을 총괄하는 정책총괄과 주도였을 거 같기는 한데, 새로운 법령 시행에 맞추어 지자체에다가 문화재라는 말이 들어간 것들은 모조리 국가유산으로 바꾸라는 명령이 하달됐다. 

이건 발굴제도과에서 주도한 것으로 아는데, 전국에 산재하며 문화재를 조사하는 기관들에 대해서도 한문협을 통해, 그리고 개별 조사단에다가 문화재라는 용어, 기관 이름을 국가유산으로 바꾸라는 명령 또한 동시에 하달됐다. 

그래서 지금 어떤 꼴이 벌어지는가?

지방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문화재 관련 부서들은 모조리 문화재라는 간판을 떼고서는 국가유산으로 바꿔야 하게 됐다. 무슨 문화재연구원이니 하는 민간기관들도 무슨 국가유산연구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아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한데 이게 말이 되는가?

경주시 문화재과가 무슨 경주시 국가유산과가 된단 말이며 영남문화재연구원이 무슨 영남국가유산연구원이 된단 말인가? 

지방에서는, 지역에서는 국가이기 이전에 그 지역성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경주에 국가유산, 그래 국보니 보물이니 사적이 많다 해서 그런 행정을 추구하는 경주시가 국가유산과가 되고, 국가유산팀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국가라는 중앙 냄새 물씬한 용어가 지역에서 통용할 수는 없다. 현실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정서도 맞지 않는다. 

지역에서, 지방에서 무슨 국가란 말인가? 

이렇게 되자, 잔머리 굴리기 시작한 지역과 민간에서는 모조리 국가유산이라는 말을 문화유산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는 문화재라는 기존 용어가 주는 편안함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유산 운운할 수는 없기에 고육지책으로 누군가 한 명이 국가유산기본법에 세 가지 중요한 문화재 범주 중 하나로 문화유산을 설정했으니, 이에 착목해 모조리 문화유산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또 어느 지자체던가? 국가유산에 노골로 반발하면서 지역유산이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냈다. 국가유산이 그 취지와는 달리, 전연 지역성을 포괄하지 못하니깐 우리는 그건 그것대로 하고, 우리 지역성도 살리겠다 해서 지역유산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국가유산이라 하면서, 저 기본법에서 물론 향토유산인가 뭔가 하는 하위 범주를 두기는 했지만, 향토유산이 어찌 국가유산의 따라지란 말인가? 

국가유산기본법은 개념도 망각하고 현실도 몰각한 졸속 법령이다. 

문화유산과 혹은 문화유산팀, 혹은 문화유산연구원으로 바꾼 지자체와 민간기관은 저 법령에 의하면 자연유산과 무형유산은 관련 일체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왜? 문화유산이 어찌 자연유산과 무형유산을 포괄한단 말인가? 

이 얼토당토 않은 법률을 법률이랍시고 만든 놈들이나 그것을 해야 한다고 간여한 놈들은 모조리 능지처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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