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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벌집 쑤신 국가유산법] (1) 요망한 분류 체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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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행정은 언젠가는 손을 대어야 했고, 그런 점에서 그 근간을 이루는 문화재보호법을 어떤 형식으로건 그 근간을 재편한다는 측면에서 문화재청이 주도한 최근 일련의 흐름은 분명히 일정 부문 평가받아야 한다. 왜? 이런 시도를 1961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서 간과한 중대한 측면이 있으니, 기존에 통용하는 문화재라는 개념을 국가유산으로 대체했다는 데 있으니, 문화재가 유산 heritage 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을지언정 작금 저 국가유산법은 저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기존에 통용하는 문화재라는 말을 국가유산으로 일괄 교체하게 함으로써 벌집을 쑤셔놓은 꼴이라. 

이것이 왜 문제인가?

문화재를 저리 용어를 교체하고자 한 의도는 무엇보다 그것이 자연유산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을 대폭 채용한 국가유산법은 문화재가 결코 포용할 수도 없고, 포용해서도 안 되는 자연유산 natural heritage를 당당히 heritage 부문으로 포섭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아니, 단순히 의미가 있다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는 분명히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다. 

한데 문제는 기존 문화재가 포섭할 수 없으면서 포섭해야 하는 heritage 한 부문으로 자연유산 natural heritage을 법제화한 것은 좋은데, 문제는 그 반대편에 문화유산 cultural heritage와 한 묶음해서 이를 국가유산 natural heritage로 포섭하려 했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거기에 더해 국가유산은 어떤 얼빠진 놈이 이리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지마는, 무형유산이라는 별도 항목을 따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다음과 같은 괴물이 탄생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 세계유산의 세계도 모르고 유산의 유산도 모르는 얼치기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를 보니 세계유산협약이 있어 그것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나누고, 또 다른 유네스코 협약을 보니 무형유산협약이 따로 있어 그래 그렇담 우리는 이 세 가지로 분류하면 되겠다 해서 저리 요망한 그림을 만든 것이다. 

내가 언제나 말했듯이 무엇을 개념 정의하고, 그것을 하위 분류할 때는 준거가 명확해야 한다.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딱딱 들어맞아야 한다. 

유산 heritage를 인간 활동이 개입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따라 나눌 때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있을 뿐이다. 물론 이것도 동아시아 세계로 오면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아무튼 인간 활동 유무에 따라 나누고자 했으면 그리 나누면 된다!!! 딴 거 필요 없다. 

간단히 말해 유산이라는 하나의 개념 아래 그것을 대별하고자 했다면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두 가지로 족하지, 저기다 무슨 씨잘데기 없는 무형유산을 따로 설정 독립한단 말인가? 저 무형유산은 말할 것도 없이 인간 활동 흔적이니 당연히 문화유산 하위 범주로 들어가야 한다. 

나아가 기존에 자연유산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쓰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문화재는 당연히 국가유산이 아니라 그냥 유산 heritage라는 말로 대체되어야 한다. 

따라서 저 국가유산기본법이 말하는 문화재는 다음과 같이 새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함에도 왜 저런 괴물이 탄생했는가? 저걸 만들어 바꾸겠다는 놈이나 저 용역을 맡아서 실제 작업을 수행한 놈들이나 얼이 빠져서 그렇다. 

왜 얼이 빠졌는가?

문화재의 문자, 유산의 유자도 모르는 놈들이, 단순히 이 분야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써, 단 한 번도 문화재가 무엇이며, 유산이 무엇인지는 단 한 번도 심각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그 기본 체제를 제공했다는 세계유산협약도 단 한 번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얼치기로 그냥 세계유산위원회 한두 번 구경했다고 그걸로 내가 문화재를, 유산을 다 안다고 착각한 놈들이 저 따위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얼개를 그려놓고는 그걸 국가유산기본법이라 선전하는 작태가 작금의 문화재 행정 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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