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모가 문화재청장을 하던 시절이던가? 암튼 이때 기초 지자체에서 문화재 업무를 수행하는 과장 자리에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과장으로 승진한 일이 있었다. 학예직 과장 승진은 하늘의 별을 따기 보다 어렵다. 그런 자리를 뚫고 올라섰으니 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물론 그 전에 경주시청 이채경과 부여군 여홍기, 원주시청 박종수가 먼저 뚫기는 했다.
한데 그 전에도 그랬고, 저들이 추가로 승진 코스를 탔음에도 문화재청에서는 그 흔한 축하 전화 한 통 없었다. 할 수 없이 내가 나섰다.
지금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으로 옮긴 강경환이 문화재청 차장 시절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강 차장께 진짜로 부탁했다.
저들 학예과장 승진자들 문화재청장 명의로 축하 화한이라도 보내야 한다.
이런 요지였다. 그렇게 했다. 나로서는 참말로 이런 일이 고마웠다.
내가 주제 넘게 저런 일에 나선 이유는 딴 게 없다. 중앙정부부처는 지자체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행정이 돌아가지 않는다.
표현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지자체는 수족이다. 그 수족은 진짜로 잘 부려야 한다. 단순히 관리 감독 일선 실무자 이런 관계가 아니다. 잘 돌아가려면 한 팀이 되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내가 무수한 정부부처를 겪어봤지만, 문화재청 만큼 철저히 지방을 개무시하는 조직 본 적이 없다. 그래놓고선 일만 터지면 지자체를 닦달한다.
물론 내가 항용 말하듯이 지자체 일선 공무원 중에 문화재일을 전담하는 사람 모두가 지들 맘에 드는 만큼 미친 듯이 일하겠는가?
개중엔 농땡이도 있고 뺀질이도 있고 무능한 사람이 왜 없겠는가? 이건 문화재청이라고 예외겠는가? 무능한 놈, 뺀질한 놈, 뻘짓하는 놈 천지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문화재청의 지방에 대한 시각은 오로지 불신 일변도라, 그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암튼 지자체는 개무시로 일관한다. 그러니 툭하면 일만 터졌다 하면 문화재청이 그들을 고소고발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잘못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겠지만, 문제는 그것뿐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평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하다 못해 저와 같은 승진이 있다고 하는 데도 그 흔한 축하전화 한 통 없고, 그 흔한 축하 화한 하나 안 보내는 놈들이다. 이러니 무슨 지자체와 협업한 문화재 행정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는 와중에 느닷없이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바꾸라고 하니 문제가 안 생기겠는가? 그래 모든 법률은 새로운 시행에 따르는 혼란은 다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해서 반드시 입안 단계에서 모든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들이 제 정신이 박히고, 지들이 문화재를 진짜로 안다면, 혼란이 상대적으로 적을 법률 제정은 얼마든 가능하고, 그런 법률이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 상당 부분은 좁힐 수 있다.
것도 모르는 놈들이 느닷없이 문화재를 어느날 일괄로 국가유산으로 바꾼다 하니 지역에서 그런 국가유산을 포함한 유산 일반을 다뤄야 하는 지자체는 얼마나 더 큰 혼란에 직면하겠는가?
향토유산 지역유산 조례? 까고 있네. 지들이 문화재를 모조리 국가유산으로 바꾸기로 한 마당에 이게 뭐란 말인가?
우는 아이 떡 하나 던져주는 거니 뭐니?
향토유산이 지역유산이 국가유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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