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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허무맹랑한 부석사는 가라! 껍데기 부석사는 가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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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畏友 김태형 선생이 역작을 냈다. 기간其間 이 책 완성을 위해 김 선생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내가 익히 알거니와, 원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가 쏟은 피땀은 그의 페이스북 기간 관련 포스팅을 대강 훑어도 안다. 부석사에 대한 오해와 신화를 실체의 영역으로 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한 바, 이번 책에는 그런 흔적이 오롯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책이 정말로 발로 썼다는 점이다. 2018년 11월 현재, 전남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인 김 선생은 이곳에 안착하기 직전까지 다름 아닌 부석사에서 4년 반을 근무했다. 그의 말마나따나, 그는 이 기간 24시간을 부석사에서 지냈다. 숙소가 다름 아닌 절간이었으니 말 다했지 뭔가? 

부석사 실체 해명을 위해 그는 부석사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그의 손때가 묻은 부석사성보박물관을 가 보면, 무수한 출토 문화재가 전시 중이거나 수장고에 있거니와, 이들은 김 선생이 채집 혹은 수습한 것들이다. 나아가 이 일대 공사판은 반드시 참관해, 땅속에서 혹여 귀중한 유물 유적이 없나 살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석사 해명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 '講堂'이 라는 명문 기와를 찾아냈는가 하면, 안양루 바닥에서는 불탄 흔적을 발견하고, 금당 추정지를 밝히기도 했다.



선생을 알게 된지 대략 6~7년간 그의 글 솜씨는 어떤지 내가 미쳐 몰랐다. 교계 관련 신문에 연재한 글 몇 편은 지나치며 보기는 했고, 더구나 내가 만드는 데 관여한 단체에서 논문 발표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문필가로서의 김태형이 어떤지는 가늠이 힘들었다. 한데 막상 나온 책을 보니, 그는 그 누구보다 유려한 문체를 구사하는 문필가다. 그래서 더욱 반갑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부석사는 잊어라고 주문한다. 그러먼서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왕명으로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를 둘러싼 여러 팩트를 체크한다. 예컨대 흔히 무량수전에 안치한 아미타불이 왜 동쪽을 향하는지에 대한 여지없는 신화 붕괴를 시도한다. 동아시아 사찰에서 대웅전 석가모니나 아미타전 아미타불 같은 부처는 거의 예외없이 남쪽을 향해 북쪽 중앙에 정좌한다. 하지만 이곳 무량수전은 항마촉지인을 한 아미타불이 서쪽에서 동쪽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 책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파천황을 방불하는 주장을 한다. 무량수전은 애초에는 '강당'이고, 부처를 모신 금당은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지금은 무량수전이 부석사 금당(金堂)이자만 옛날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본래의 금당이 현재 부석사 경내 자인당에 봉안된 보물 제220호 북지리 석조여래좌상이 본래 있던 곳으로, 일부에서 동방사지(東方寺址)로 알려진 곳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동방사지도 동방사라는 절터가 아니라 '부석사 동쪽에 있던 절터'라는 뜻이라고 바로잡는다. 

그렇다면 무량수전은? 본래 강당인 까닭에 그것을 금당으로 전용하는 과정에서 할 수 없이 지금과 같이 무량수불을 서쪽 끝에 동쪽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안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흔들림없는 통설처럼 군림하는 논리는 아미타불은 서방 극락정토를 주재하는 부처이므로, 서쪽에 위치하며, 그런 까닭에 동쪽을 바라보게 배치되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다른 아미타전 아미타불이 예외없이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정좌한 이유를 전연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허무맹랑한 논리였다. 

아울러 저자는 조선시대 기행문 분석을 토대로 당시 부석사로 진입하는 동선이 현재와는 달리 지금의 천왕문 부근에 동서로 이어져 있었음을 밝혀낸다. 이런 분석들을 통해 부석사는 전성기에 사역이 현재보다 최소한 3~4배가량 더 넓었다고 말한다.  

지금의 부석사라고 하면 무량수전과 함께 거대한 석축 또한 또 다른 상징이다. 부석사 경내에 여러 층으로 구성된 석축을 삼배구품 혹은 화엄십지를 상징한다고 거의 모든 부석사 관련 설명이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터무니없는 말로 내친다. 그에 의하면 구품은 전체 축대 갯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량수전을 떠받든 석축 높이를 말한다는 것이다. 즉, 석축 높이가 9층으로 이루어져, 이를 두고 구품연대라고 한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책은 부석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부석사와 벌인 피나는 전쟁의 증언록이다. 저자는 부석사와 싸워 그 부석사를 덧씌운 신화들을 벗겨냄으로써 새로운 부석사를 우리한테 안겼다. 

물론 이에서 주장한 저자의 주장 혹은 학설 중에서도 혹 손봐야 할 곳이 있으리라.  하지만 내가 높이치는 대목은 상식과 통설에 대한 저항정신이다.  그 저항정신의 표본이 김태형의 이번 부석사다. 그는 부석사를 때려부수고 새로운 부석사를 지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제2, 제3의 부석사 중창이다. 

256쪽, 19,000원, ISBN 979-11-88297-05-4  03610, 도서출판 상상창작소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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