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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북유럽의 다빈치 알브레히트 뒤러, 인천을 오다

by taeshik.kim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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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특별전 <문자와 삽화>
북유럽의 다빈치'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12월 19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전시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ürer (1471~1528)는 내 세대에는 매우 익숙한 외국 화가다. 왜? 미술교과서에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왜 유명한지는 몰랐고, 그럼에도 그의 자화상인가는 너무나도 유명했다는 정도만 기억한다.

미술에 그닥 조예가 없는 분들도 아래 자화상들을 보면 어? 이거? 하실 듯하다. 
 

 
 
딱 보면 한 성질하게 생긴 얼굴이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중세 냄새 혹은 르네상스 냄새가 난다. 

이런 초상들을 보면 그냥 그림쟁이 아닌가 하겠지만, 그가 특장을 발휘한 데는 판화다. 재질로 보면 목판화와 동판화에 특화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분들



독일 뉘렌베르크 출신인 그를 일컬어 흔히 북유럽의 다빈치라 하거니와, 유럽 대륙에 르네상스 미술을 가장 먼저 습득하고 전파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 발판은 1494년 10월 초순에 떠난 베네치아 여행이었다고 알려진다. 이듬해 귀국한 그는 1505년 다시 베네치아 여행을 감행한다.

그 사이 그의 이름을 영원히 아로새길 위대한 작품이 탄생한다. 1498년 간행한 목판 16부작 연작 요한묵시록이 그것이다. 그의 판화는 인쇄술과 결합했다.

인쇄술이 아니었던들 그의 작품들은 영원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책에 삽화로 삽입한 판화들이 살아남아 오늘에 전한다. 





삽화, 참 요상하다. 책 본문 이해를 돕고자 시각화한 그림이 삽화다. 당시는 문맹률이 아주 높을 때라,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림을 봤다. 바로 이 점이 삽화의 존재 가치를 높인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이 점에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끼어드는 틈바구니도 있다. 문자와 삽화! 이처럼 명징하게 문자박물관 존재가치를 더 증명하는 소재 혹은 주제가 있겠는가?

더구나 문자로 넘쳐나는 문자 공해시대에 요즘은 이모티콘이 대표하는 각종 상형문자, 곧 그림 혹은 삽화가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했는데? 


몇 억짜리?



인천 송도에 근자 문을 연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개관 이래 두 번째 기획전으로 알브레히트 뒤러를 호명했다. 그의 작품 원본(원본이라는 표현은 좀 문제가 있다.

그것을 찍어낸 판화 자체는 망실되고 없는 까닭이다)을 생생하게 목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 개막해 내년 3월말까지 계속할 이번 <문자와 삽화 -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는 그의 3대 목판화와 4대 동판화가 모조리 선보인다. 박물관에 의하면 그의 이들 대표 판화가 다 소개되기는 국내에서는 1996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27년 만이라 한다. 


뒤러를 두고 흔히 말하기를 이탈리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o Vinci. I452~1538)가 있었다면, 독일에는 뒤
러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이라는 의미겠다.
 

기사와 죽음(악마)

 
뒤러 이전에 이미 삽화 혹은 판화는 있었다. 그런 삽화는 주문자 의뢰에 따라 글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한 보조도구였다.

하지만 뒤러는 삽화가인 자신이 직접 글 내용을 해석하고 그것을 예술적 의미를 담아 그려냈다. 그래서 삽화는 뒤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번 그의 주요 대표작 삽화는 독일 슈바인푸르트 소재 오토 쉐퍼 박물관 (Museum Otto Schäfer)에서 빌려왔다. 그의 3대 목판화로 꼽히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대수난·요한계시록[묵시록]과 함께 4대 동판화 아담과 하와·기마병(기사와 죽음,
악마)·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멜랑콜리아 1이 모두 다 왔다.


성모 마리아의 생애는 예수 엄마 마리아 생애를 묘사한 20점 목판화 연작이다. 대수난은 고통받는 예수 모습을 포착한 12점 목판화 연작으로 책 형태로 출간했다. 요한계시록은 15점 목판화 연작으로, 예수의 재림과 천국의 도래등을 상징적으로 예언한 신약 마지막 권 내용을 시각화한다. 
 

아담과 하와



아담과 하와는 최초 인류인 아담과 하와가 뱀 형상을 한 마귀로부터 선악과(사과)를 받아들면서 원죄를 짓기 직전 성경 구절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기마병(기사와 죽음, 악마)은 전쟁에 나서는 기사와 그의 동반자로서 이를 말리는 죽음, 그리고 뒤에서 교활하게 웃고 있는 악마 모습을 표현한다.

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는 성직자이자 학자인 히에로니무스가 서재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담았다. 멜랑콜리아 1은 인간의 우울한 기질을 나타낸 것인데, 침울하지만 깊이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람으로서 뒤러 자화상으로 헤석해 볼 여지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요한계시록 한 장면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문자와 그림의 근본적인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고 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그림이 문자를 대신할지도 모른다. 디지털 기술 발전은 글 쓰는 행위 자체를 낯설게 만든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이미지 수집과 편집이 쉬워졌다. 어느새 우리는 인스턴트 메시지의 짧은 글과 가벼운 이미지가 익숙해졌고, 이것으로 소통하게 되었다.




일찍이 헝가리 출신 사진가이며 화가인 라즐로 모흘리 나기 (Moholy-Nagy László, 1895~1946)는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고 갈파했다. 이미지 중심 소통인 현재와 미래를 예언한 것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글과 그림이 함께하기는 오늘이 아니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예로부터 글에는 삽화가 함께 수록되곤 했다. 삽화는 글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처음 등장한 삽화는 이해를 돕는 수준이었으나, 인쇄술 발달과 판화 유행으로 삽화는 더욱 보편화하고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발전했다. 

뒤러는 그 선구자였다. 삽화를 보조 교재에서 독립 예술로 독립한 위대한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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