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꼭 계산적이라 할 수는 없으리라 본다.
사람이 살며 어찌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만 있으며, 그래서 필연으로 신세를 지게 되니, 이 신세에 말미암은 무형의 유산을 빚이라 한다.
내 아무리 내 잘난 맛에 산다한들 어찌 혼자서 예까지 왔겠으며, 무수한 관계로 특징짖는 네트워크에서 내가 때로 무엇을 해준 것이 있겠듯이 내가 신세 진 사람이 어찌 한둘이리오?
그렇다 해서 내가 신세 진 그 무수한 사람을 어찌 다 기억하겠는가마는 그래도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만큼은 그에 대한 나름의 갚음은 있어야 한다는 의무는 언제나 안고 간다.
이걸 나는 나와의 약속이라 부른다.
그것이 꼭 유형일 수만은 없겠지만, 무형이라 하면 너무 막연해져서 주어진 자리에서 나한테 허여된 능력 안에서는 그런대로 내가 진 신세는 되도록 갚으려 한다.
이런 일이 그런 대로 가장 쉬운 때가 내가 무슨 타이틀을 쥐고 있을 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내가 저짝 회사 생활 마지막을 하던 무렵에는 다른 건 몰라도, 내가 그간 기자랍시며 거덜먹이며 할 적에 신세 진 분은 예컨대 아카데미라는 것을 운영하면서는 몇 분은 내가 특별히 그런 자리로 삼아서 모시기도 했다.
저 아카데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 저걸 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분께 신세 또한 졌다.
이걸 내가 그 자리 있으면서 못내 갚지 못하고 떠난 일 하나만큼은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그 명단은 언제나 기록해 두고 있다.
혹 아는가? 다른 어떤 자리에서 내가 그걸 갚음할 날이 있으려는지?
이런 말 하고 보니 내가 무슨 대단한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듯하지만, 그래 맞다.
보다시피 난 때로는 허당이고 또 때로는 말로만 그렇다 하고 만다.
다만 이 이야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나 스스로 잊어먹기 않기 위함이다.
망각하려는 그 마음을 다잡으려 하는 그런 의미도 있다고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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