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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사찰문화재관람표, 면제나 무료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가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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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 문화재를 보유 관리한다는 이유로 그간 방문객들한테서 문화재관람료를 명분으로 거두는 돈이 4일을 기점으로 사라진다. 간단히 말해 이제는 관람표 내지 않고 맘대로 사찰을 들락거린다는 뜻이다. 

그 직업 영향권 아래 포진한 사찰은 전국 65개. 조계종단과 태고종단이 박터지게 서로 내것이라 싸우는 순천 선암사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조계종단 소속이다.

이는 이번 조치가 조계종단과 중앙정부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서 나온 발상임을 시사한다. 하긴 조계종단이 한국불교계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불국사. 이젠 돈 안내고 들어간다? 불국사를 찾지 않는 사람들까지 공평하게 분담하는 시대로 들어간 것이다.

 
관람표가 면제되는 주요 사찰을 보면 해인사, 법주사, 통도사, 불국사, 석굴암, 화엄사, 백양사, 송광사, 선운사, 내장사, 범어사, 동화사, 수덕사, 월정사, 운주사, 전등사, 용주사, 백담사가 있다. 

이 관람료 징수 문제로 얼마나 많은 민원이 빈발했는지도 또 더 말해서 무엇하며 오죽했으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이 문제를 물경 2회에 걸친 에피소드로 다뤘겠는가? 

이번 조치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이날 마침내 시행에 들어간 개정 문화재보호법에 말미암음이다.

문화재보호법 제3절은 '공개 및 관람료' 조항이거니와, 이 조항은 문화재는 원칙으로는 일반과 국민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 혹은 권고를 담는다.

다만 공개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는 아니해서 절간은 근간에서는 俗에서 분리하는 공간이라는 역사성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그런 절간이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며, 그 보호관리에 적지 않은 책임을 진다는 사실도 우리는 혜량해야 한다. 관람료는 그에 대한 대가 지불 혹은 수혜 이득 징수라는 측면이 아주 강했다. 
 

고창 선운사던가?

 
 
한데 그 제49조(관람료의 징수 및 감면)에 제④항이 신설됐으니 이에 이르기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제1항에 따른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국가지정문화재 관리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면된 관람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신설 2022. 5. 3.>
 
라는 구절이 바로 이번 관람료 면제를 불러온 직접 발단이다. 

이 일을 두고 정치권이나 조계종단, 그리고 언론이 한결같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에 따라 같은 해 시작한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61년 만에 폐지됐가거나 면제로 전환했다는 표현으로 포장하지만, 또 그것이 나름 의미가 적지 않은 사건이긴 분명하지만,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 

우리가 이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대목은 없앤 관람료 감면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올해 국가예산에서 무려 419억원이나 책정했다는 사실이다. 

저걸 없애는 대신에 국민세금 4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관람료 면제나 폐지가 아니라 그 책임을 불특정 일반국민 모두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저에 투입하는 400억원은 심지어 절간이라면 사탄이 사는 데라 해서 그곳은 쳐다볼 생각도 없고, 생평 단 한 번도 그런 데는 가지 않은 다른 종교 신자도 분담하는 몫이다. 
 

구례 화엄사인갑다. 내가 찍고도 어딘 줄을 모르니...

 
내가 안 내면 무료라는 관념이 팽배하지만, 내가 내는 세금 중 일부가 문화재관람료 벌충을 위해 빠져나간다. 

저 혜택을 가장 많은 보는 사람은 실은 등산을 좋아하고 산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져야 할 몫이 이제는 사라지고 국민 누구나 그 책임 일부를 지는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불국사 석굴암이라 해도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문화재는 공공재라는 허울좋은 구호 아래 내가 그 관리 책임을 분담 혹은 전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내지 않으면, 모두가 공짜로 생각한다. 

이 문제는 다른 유사 사례들과 더불어 수혜층과 부담층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할 여지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유념 또 유념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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