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8)
익주로 가며 작은 뜰 벽에 쓰다[將赴益州題小園壁]
[唐] 소정(蘇頲) 또는 장열(張說, 667~730) / 김영문 選譯評
해 저물어 몸 더욱
늙어가는데
봄이 오면 정든 집
떠나야한다
아까워라 동쪽 뜨락
저 나무들
사람이 없어도
꽃 피우겠지.
歲窮惟益老, 春至却辭家. 可惜東園樹, 無人也作花.
(2018.05.01.)
늙어가는 몸으로 익주(益州)로 떠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 현종(玄宗) 개원(開元) 8년(720년) 소정(蘇頲)이 쉰을 넘어 익주장사(益州長史)로 부임한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먼 타향으로 관직 생활하러 떠나야 하는 시인이 집안 뜨락을 거닐며 매화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등 봄꽃 나무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광경임에 틀림없다. 아쉬워하는 마음이 행간에 짙게 배어 있다.
내가 떠난 후에도 봄이 오면 저 나무들은 어여쁜 꽃을 피우고 짙은 향기를 발산하며 꽃잔치를 벌일 게다. 정원 꽃들을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이 떠나면 꽃들도 슬픔에 젖어 꽃을 피우지 않음직도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긴 노자(老子)도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天地不仁)”(『노자老子』 제5장)라고 하지 않았던가? 천지자연은 인간의 희로애락과 무관하다. 박정하다. 아니 매정하다.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내가 떠난 고향에도 매년 봄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쉼 없이 만발할 터이다. “사계절이 흘러가고 만물이 자라나는데도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논어論語』 「양화陽貨」) 사람이 있건 없건 의리 없는 꽃은 저 혼자 피고 또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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