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들은 일본국 도교국립박물관 소장 전시품이라, 이런 구리거울을 저들은 삼각연신수경三角緣神獸鏡이라 하면서 산카쿠엔신쥬쿄 さんかくえんしんじゅうきょう, 혹은 산카쿠부치신쥬쿄 さんかくぶちしんじゅうきょう 정도로 읽는다. 한자어 끊어읽기는 삼각연/신수경 이라 해야 한다.
물론 저런 명칭은 현대 고고학도들이 붙인 것이라, 저 무렵에 저걸 저리 불렀을 리 만무하다. 삼각연三角緣 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거울 테두리가 삼각형 모양으로 뾰죽하게 돌출한 양태를 말한다. 저것이 일본적 특질이라 해서 저런 동경에다가는 그런 명칭을 부여했다.
제작지라는 관점에서 일본 국산은 아닌 걸로 본다. 중국제 수입산이라는 견해가 압도적이며, 그에 대해서는 이론은 없는 줄로 안다.
저 거울은 일본에서는 이른바 비비호 거울이라 해서 비미호라는 요망한 3세기 무렵 일본땅 여성 군주가 중국에서 받아왔다는 그것과 연동하기도 한다.
저들 거울에는 보통 신수神獸, 이른바 신이한 동물 문양을 많이 새겼다 해서 신수경神獸鏡이라 한다. 따라서 삼각연 신수경이란, 거울 테두리가 삼각 모양으로 뾰죽하게 돌출했으며, 얼굴을 비추는 반대편, 그러니깐 그 뒷면에다가는 각종 신이神異함을 풍기는 각종 요물을 장식한 거울이라는 뜻이다.
이런 거울, 특히 테두리를 저리 삼각형으로 뾰죽하게 만든 거울은 아직 한반도나 중국 대륙에서는 출토례가 없다. 중국산이라 하지만, 중국산임이 확실한 이상, 저런 것들이 일본에서는 다량으로 출토하는 이상 이 점이 수상하기 짝이 없다.
중국에서도, 한반도에서도 나와야 정상인데, 유독 일본 땅에서만 나온다. 내가 중국에서 어디 장강 이남 땅 어느 박물관에서 저런 유물을 실견한 적이 있는데, 설명문을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출토품이 아니라 이른바 전세품이라 했으니, 누군가 일본에서 가져와서 박물관에 기증한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현재까지 상황만으로 보건대 저 거울은 일본에서 당시에 중국에다가 특별 주문해서 생산한 OEM 거울이라 하겠다. 시기는?
저들 거울은 제작시기를 적시한 것이 더러 있는데 예외없이 3~4세기다. 우리로 치면 삼국시대 초기 무렵인데 저 무렵에 중국 땅과 일본 열도가 저런 거울을 대량으로 주문생산해서 들여올 정도로 교통망이 열려있었다는 점은 주시해도 좋다.
중국 문물이 한반도를 통해 전해져? 웃기는 소리 하덜덜 마라.
일본서기를 보면 중국을 지칭해 吳라는 말이 아주 자주 보이는데, 이걸 개소리로 치부하기도 하더라만, 웃기는 소리! 분명 중국 대륙, 특히 장강 이남 지금의 절강복건광동은 일본열도랑 직항로가 열려있었다.
저 삼각연 신수경은 동아시아 보편사 관점에서 매우매우, 것도 졸라 중요하다. 당시 보편사를 증언하는 제1급 사료다. 저건 동이열전이며 외국열전이다. 거울 하나가 동이열전이요 외국열전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도무지 나지 않는대서 눈길 한번 안 준다. 물론 중국 쪽 사정은 좀 달라서 저걸 학문으로 정립하고자 한 친구가 왕충수인가 뭐시기인가가 있거니와, 이건 그네들이 만들어 수출한 것이라 해서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였다.
이 삼각연 신수경을 동아시아 보편사 관점에서, 더욱 범위를 좁혀 한반도사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것을 그 사료로 인용한 사람은 내가 본 적이 없다.
저 신수경 분석하면 놀랄 노자 상황들이 벌어지는데, 이미 3~4세기 단계에 불상임이 명백한 표현이 들어가 있어 이건 불교 전파사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대하거니와, 이걸 뭐 일본 넘들도 단순히 도상만 들어왔다 이딴 식으로 표현하는 일을 더러 본 적 있는데 웃기는 소리!!!
불교는 이미 3~4세기 단계에서 일본 열도에 상륙했다.
또한 저 문양 표현들을 보면 완전히 동아시아적인 모티브들이라 서왕모 동왕공이 자주 등장한다. 그네들이 대표하는 완연한 신선도교가 일본열도를 장악했음을 보는데, 하긴 동경 그 자체를 부장하는 양상 자체가 신선도교와 떼려랴 뗄 수 없다.
이야기가 길어져 이만 줄이겠거니와, 저 삼각연 신수경을 한국사 관점에서 한국사 사료로 제대로 끌어들인 이도 오직 현재까지 김태식밖에 없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팩트가 그런 걸 우짜겠는가?
저 삼각연 신수경을 보면 한국사가 매우 풍부해진다. 저걸 봐야 동시대 한반도사 의문을 풀며, 특히 신라시대를 잠근 자물쇠 몇 개를 때려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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