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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상주 서산서원 비석 받침대로 재탄생한 부처님 연화대좌

by taeshik.kim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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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비석에 미쳐 있는 상주박물관 김주부 선생이 서산서원이라는 데를 둘러봤다면서 앞에 첨부한 사진 석 장을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투척했으니, 이게 참 묘해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가 소개하기를 "불교유적 파괴와 안동김씨 서산서원 묘정비 건립의 역사"라 하도 간단히만 써 놔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어디 있는 서산서원을 말하는지를 메시지로 물어보니 

상주시 연원동 흥암서원 서쪽에 옮겨 놓았고 정영호 교수님의 상주고적조사보고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라는 응답이 왔다.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으니, 흥암서원 서쪽에 서산서원비를 옮겨다 놓았다면, 서산서원이라는 데는 이미 없어졌다는 뜻이 되겠거니와, 정영호 선생이 저걸 상주고적조사보고서에 수록했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는 알려진 내용이라는 건데, 그가 주목했던 것은 그 비석 대좌로 쓴 것이 연화대좌로, 본래는 부처님이 정좌한 자리였던 까닭이겠다. 

어떤 이유로 어떤 절에 부처님이나 보살님이 앉은 자리가 어찌하여 서산서원이라는 서원을 세우면서, 혹은 그것을 운영하는 와중에 그 서원 내력을 적어 정리한 비석의 받침대가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비석을 세우면서 이 연화대좌가 좋겠다 해서 재활용, 리사이클링했을 터이니, 그 연화대좌가 본래 있던 자리도 알 수가 없게 되고 말았을 것이다. 

저와 같은 재활용은 빈발해서, 특히 잘 다듬은 석재는 여러 곳에 요긴하게 쓰였다. 아마도 오수 때문이었을 듯한데, 걸핏하면 넓은 평지를 찾아 왕성과 왕궁을 옮기는 일본의 경우, 쓸 만한 기둥은 물론이요, 아예 그것을 받침한 주초까지 모조리 빼내 가서 새로운 땅에서 건물을 지을 적에 재사용한다. 

그래서 버려진 옛날 궁성을 파면 기둥이 있었다는 구멍 뿅뿅 흔적밖에 남지 않은 경우가 그렇게 많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지금 보는 몰골이 참상에 가까운데, 특히나 지표면에서 가까운 사방 겉면은 다 쥐가 파먹은 듯해서 쓸 만한 석재라는 석재는 다 캐 가서 맨 꼭대기 정도에만 겨우 본래 면모를 유지하는 데가 몇 군데 있을 뿐이라, 본래 피라미드 겉면은 시대별 차이는 있어 초창기에는 단을 지어 쌓았지만, 훗날에는 맨질맨질 뺀질뺀질했다.

로마제국? 똑같다. 어찌 쓸 만한 석재들을 놔둘 리 있겠는가? 다 빼가서 새로운 건물 짓는 데 썼다. 지진 같은 천재지변에 붕괴되어 주면 그만큼 좋았으니, 이는 곧 그만큼 즉각 쓸 만한 석재가 산더미처럼 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견주어 요새는 문화재 관념이라는 게 자리를 잡는 바람에 넘어져도 그 석재 하나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게 법으로 규제를 해 놔버렸다.

그나저나 저 서산서원이라는 데는 저와 같은 흔적만 남은 모양이라, 검색해 보니 현장 사정을 자세히 정리하고 소개한 블로그 글도 발견되니,

혹 관심 있는 분들은 그런 글을 참고하거나 김주부 선생을 통해 소개를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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