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어찌 내가 다 봤겠는가? 주마간산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런대로 대강 현장은 훑었으니 이제는 침잠하며 좀 깊은 공부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니며 보고 들은 것들은 조금은 이제 문서화해서 하나씩 내가 나를 시험하는 무대로 삼아 이것저것 닿는대로 번역하고 분석하며 내 꼴리는대로 하나씩 정리하고자 한다.
건축물 같은 기념물이 될 수도 있겠고 개별 유물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는 보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내면을 파고 들겠다 뭐 이런 맥락이다.
다만 걸림돌이 만만치 아니해서 위선 나는 그 기초가 될 만한 언어기반이 없어 이태리어나 라틴어를 모르기에 그에 따른 무수한 오류가 있을 것임은 숙명이다.
다만 이런저런 사전들에 의지해 그 자체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제로 삼으려 할 뿐이다.
덧붙여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태리사를 필두로 하는 세계사 얼개가 있어야 하나 이것이 어찌 다 내 머리에 있겠는가?
다 왕초보로 같이 우직하게 밀고 나갈 뿐이다.
그러니 뭐 거창한 걸 기대하겠는가? 혼자서 쏘다닌 것들을 이제는 정리할 때라 생각해 나 스스로 좋아서 하는 공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면 어느 시점엔 뭔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겠는가? 막연히 기대할 뿐이다.
비단 로마만이겠는가?
애초 내가 로마로 달려간 이유는 누구나 생각하듯 고대로마가 아니었다.
나는 에트루리아를 보러 로마로 갔다. 그땐 내가 켈트와 함께 저 에트루리아를 혹닉할 때라 생각보다 내가 때로는 겸양은 있어 그런 걸 공부한다는 티를 내지 않았을 뿐이다.
이후 국립박물관이 어찌 된 셈인지 느닷없이 에트루리아 특별전을 유치하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뭘 보여줄까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는데 위키피디아 에트루리아 딱 그 정도 수준이더라. 준비하는 자들 수준이 그러니 내가 무얼 기대하겠는가 하고 말았으며 이 정도라도 보여준 게 어딘가 하고 고마워하고 있다.
이후 좀 더 욕심을 내서 건축 미술까지 더는 남의 일이라고는 두고 볼 수 없어 정신없이 보고 다녔다.
이젠 볼짱 다 봤으므로 죽을 때까지 내 공부를 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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