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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서리 같이 선 왜가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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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63)


흰 왜가리(白鷺鶿)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흰 왜가리 가을 물로

내려앉는데


외롭게 나는 모습

서리와 같네


마음도 여유롭게

떠나지 않고


모래톱 가에

우뚝 서 있네


白鷺下秋水, 孤飛如墜霜. 心閑且未去, 獨立沙洲傍.


가을 물 가에 우뚝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이백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너무나 깨끗하고 고고하다. 이백의 생애를 훑어보면 기실 이런 모습과 꽤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백은 불우한 현실에 맞서 파격적이고 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울분을 표현했다. 그의 울분과 표리를 이루는 일부 시에는 잔잔하면서도 고독한 영혼이 숨어 있다. 여유, 한적, 고독, 비애가 짙게 스며 있는 그의 일부 시는 낭만, 호방, 열정, 환희를 내뿜는 그의 다수 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독립’이란 말이 이백의 성격을 잘 규정한다. 홀로 우뚝 선다는 의미다. 한 개인이 인격, 지성, 감성으로 홀로 우뚝 서지 못한다면 그 삶의 의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호방하고 표일하다는 이백의 이미지는 이처럼 ‘특립독행(特立獨行)’하는 그의 행적이 발현된 것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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