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64)
새하곡(塞下曲) 셋째
당 이익(李益) / 김영문 選譯評
황하는 동쪽으로
구비구비 흐르는데
전장에 묻힌 원한
어느 때나 그칠런가
채염은 잡혀갔다
오랑캐 노래 지었고
소무는 귀환할 때
한나라 부절 보존했네
黃河東流流九折, 沙場埋恨何時絶. 蔡琰沒去造胡笳, 蘇武歸來持漢節.
병역이란 고통스런 일이다. 그 고통의 원인은 강제, 이별, 죽음이다. 군사 업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즐겁게 종사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개는 어쩔 수 없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피동적으로 입대한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와는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모든 시간은 자신의 관리 아래 있지 않다. 훈련은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살상 기술 습득에 집중되고, 이 때문에 군대는 늘 죽음의 분위기에 덮인다. 이런 고통 하에서 노래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동이 트는 새벽 꿈에 고향을" 보기도 하고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를" 가슴 벅차게 부르기도 한다. 대중가요도 군역의 애환을 노래한다.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 연기"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가슴 절절한 가사들이다. 옛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김종서는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라고 노래했고, 이순신은 "어디서 일성 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라고 읊었다. 이처럼 변방에서 군역의 애환을 토로한 시가 바로 변새시다. 당나라 시인 중에서 고적, 잠참, 왕창령, 왕지환, 이익 등이 이 시파에 속한다. 변새시에는 이별, 죽음, 승리, 패배, 용맹 등의 감정이 배어 있다. 채염은 후한 명사 채옹의 딸로 동탁의 부장에게 잡혀가 흉노 좌현왕의 첩이 되었다가 조조의 교섭으로 생환했다. 그의 「비분시」와 「호가십팔박(胡笳十八拍)」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여인의 처절한 심정을 담고 있다. 소무는 흉노로 가서 사신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19년 동안이나 억류되었다가 살아돌아왔다. 당시 중과부적으로 흉노에 항복한 이릉과 곧잘 비교된다. 모두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혼을 마멸했다. 우리 땅 곳곳에도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무주고혼이 떠돌고 있다. 누가 어느 나라가 전쟁을 부추기는가? 모든 전쟁광들에게 파멸이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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