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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분지를 중심으로 서쪽에 똬리를 튼 큰 산이라 해서 서악西嶽이라지만, 嶽이라는 별칭에는 어울릴 만한 높은 산은 아니니
일명 이곳을 서형산西兄山이라 하거니와 글자를 곧이곧대로 풀면 서쪽에 있는 형님 혹은 누님 같은 산이란 뜻이니 결국 서악을 이리 푼데 지나지 않거니와
그 기슭에 정좌한 서악서원西嶽書院 저 뒤편 펌퍼짐한 산이 바로 서악이요 서형산이다.
조선시대 서원은 항용 그곳이 자리한 곳 지명을 따서 명명하거니와 이 서원 역시 그리 불리는 원천이 저 산에서 말미암는다.
이곳 서악은 다른 별칭도 있어 선도산仙桃山이라 하거니와 이건 말할 것도 없이 서왕모西王母라는 지상의 절대 여성, 절대 권력자가 사는 신선의 서쪽 궁전이라는 관념에서 따왔으니
仙이란 서왕모가 대표하는 신선들의 궁전이란 뜻이요, 그곳에는 불사不死의 보증수표인 선도仙桃 복숭아가 자라고 열리는 공간이란 뜻을 함축한다.
서왕모가 사는 산은 이 세상 서쪽에 있다 상정되었으니 그가 최고 통치자로 군림하는 공간을 곤륜산이라 했으니 곤륜산 하면 서악, 서악하면 곤륜산을 떠올리되 그곳엔 불사의 복숭아 나무가 자라는 곳이란 연상을 해야 한다.
선도산이란 별칭은 이미 김유신 시대에 있었거니와 하필 그들이 이 서악을 선도산이라 했으리오?
서악은 불교 도입 이후에는 서방극락정토, 곧 아미타불이 정좌하는 그 극락정토 사상과 긴밀히 결속하거니와
극락정토는 이 세상 석가모니 부처가 주석하는 섬부주에 견주어 죽어 가는 절대 환희의 세계였으니,
왜 법흥왕 이래 김춘추에 이르기까지 신라 중고 말기 신라의 절대군주들이 하필 서악을 죽음의 궁전으로 채택했는지를 설명하는 키가 될 수도 있단 말을 덧붙이고자 한다.
조선시대 서원이 들어선 곳엔 그 이전 절인 곳이 많거니와 혹 이 서악서원도 그런 곳이 아닌가 하는 심증도 덧붙여 둔다.
신라가 동시대 중국과 묘지 관리 시스템으로 다른 점 중 하나가 저짝엔 황제릉마다 그 수호 관리를 위한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고 그 관리 중심센터로 능묘건축을 하거니와
신라는 그 대신 그 주변에다가 그 구심체로써 대규모 절을 지정 혹은 신축하니 이른바 원찰願刹이 그것이라
신라가 확립한 원찰을 통한 능묘 관리제도는 이후 한반도를 구속하거니와 숭유억불을 표방했다는 조선왕조도 결코 불교를 포기하지 아니한 거대한 원천이 된다.
이 서악서원을 세운 자 구암선생이라 하거니와 서악서원 경내엔 부윤구암선생비각이란 명패를 내건 석비 보호시설이 있어
비문은 거의 마멸인멸훼멸이라 탁본을 해야 겨우 알아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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