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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서울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것

by 느린 산책자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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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전시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주제가 나왔지만, 그 중 하나는 서울올림픽이었다. 

어차피 나는 보조 역할이니까 하며 다소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회의에 참여한 나에게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서울올림픽, 이건 누가 하지.”

“○○ 선생, 자네가 할 수도 있어.”

그 말에 나는 서울올림픽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서울올림픽? 올림픽 주경기장이랑 굴렁쇠 소년 말고 또 뭐가 있지?’라고. 

서울올림픽 30주년
전시 주제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 중 하나는 시의성이다. 

생각보다 시의성이라는 것은 중요하다. 예컨대 ○○에 대한 몇 주년, 이런 것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쉽기도 하고 전시하기 위한 당위성을 얻는다. 

최근 일어나는 일에 대한 시의성 있는 전시도 필요하다. 박물관이 현재와 호흡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서울올림픽 전시는 전자에 해당하는 전시였다. 마침 그 해는 서울올림픽이 열린지 30주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시의성이라 할까. 마침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긴 해이기도 했다.

무언가 30주년(!)이라는 부담감, 떠올려지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압박감이 들던 와중, 다행히도(!) 이 전시는 내가 아닌 다른 분에게 돌아갔다.

그래도 인연이 없지는 않았는지, 전시 도록을 내가 맡게 되었다. 


서울과 서울올림픽: 서울올림픽은 서울을 어떻게 변화 시켰나 

박물관마다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은 지점’이 다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서울올림픽 30주년을 맞아 문화역 서울에서는 ‘디자인’의 관점에서 서울올림픽에 대해 전시했다.

설립 자체가 서울올림픽과 관계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올림픽 기념전’이라는 전시를 열어 올림픽 포스터들을 선보였다.

그 외에도 다수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올림픽에 대한 전시를 하던 때였다. 

그렇다면 차별화 지점이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서울’과 ‘올림픽’과의 상관관계일 터였다.

박물관에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택했을 때, 박물관의 아젠다와 연계가 되어야 하는데, 바로 그것이 타 박물관들과의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서울올림픽은 서울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라는 점이었다. 


공간의 변화: 상전벽해 잠실

서울올림픽이 서울을 변화시킨 것 중,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잠실의 변화다.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잠실은 그야말로 뽕나무가 무성한 섬이었다. 

이러던 잠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강북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대체 장소가 필요하게 되면서 ‘잠실지구 종합개발계획’가 세워지면서부터이다. 

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신시가지 개발 정도로 생각되었던 곳이, 국제 행사를 치를 곳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종의 올림픽 타운이 되게 되었다. 

섬이었던 잠실 주변을 흙으로 메워 잠실 주경기장을 비롯하여 올림픽 선수촌 등이 지어졌다. 

석촌호수는 바로 한강 물을 메우고 남은 이때의 흔적이다. 


얼마 전에 본 올림픽경기장. 이때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단순히 경기장이 아니라, 이를 짓기 위한 사람들의 피땀눈물이 떠오른다.


공항에서부터 올림픽경기장까지 오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한강과 그 일대도 대대적으로 정비되었다. 

잠실까지 가기 쉽도록 도로를 만들고, 지하철 2호선도 개통했다. 

오늘날 강남의 인프라의 기반은 이때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의 시선을 고려한다는 말은 잔인한 말이기도 하다. 그 시선에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 이를테면 빈민촌과 같은 것들은 없어져야할 대상이었다.

상계동이나 목동, 사당의 빈민촌은 강제 철거되었고, 이곳의 주민들은 올림픽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쫓겨났다.

올림픽의 짙은 그늘 중 하나였다.


문화의 변화

정치적으로 억압받던 시대였으나, 1980년대는 이전에 비해 풍요롭고 자유로워졌다. 

이것을 꼭 올림픽이 불러온 결과물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통행금지나 금서, 금지곡 등 제한되었던 것들이 풀리게 되었다. 

마이카시대와 맞물려 차량 2부제와 같은 교통정책도 실시되고, 도로포장율도 1980년대에 높아졌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

전시는 올림픽으로 인한 공간과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했지만, 하나 더 덧붙일 수 있는 것은 생태계의 변화이다. 

서울올림픽 때 날아오른 수천 마리 비둘기는 서울 생태계의 일원이 되었다. 

한때는 올림픽을 위해 ‘비둘기 기르기 운동’도 있었는데, 이제는 유해조류가 되었다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올림픽뿐일까. 오늘날 서울의 모습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는 즐거움! 이것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이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관람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덧) 다쓰고나서 보니, 우리 또한 올림픽의 산물이다.

올림픽을 위해 옛 문화를 보여주자라는 취지로 여러가지 것들이 시도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서울 곳곳에 있는 표석. 그리고 시립미술관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시립미술관 건물로 쓰기 위해 지어지다가, 박물관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올림픽과 관계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지어진 것은 훨씬 후가 되었지만..)

내가 전시자였다면, 요것도 이야기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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