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가가 스스로 이에 대한 글을 남긴 바는 없지만
주변 정황을 보면 박제가가 지녔을 한은 그가 아니면 알 수 없으리라. 그만큼 처절했으리라.
그는 당대 조선 최고의 벌족 출신으로
5대 문과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5대 진사만 해도 목이 부러질 정도로 힘이 들어간다)
그 아버지는 박제가가 유일한 혈육 아들이었음에도
그는 적자가 아니라 서자였다.
이렇게 서자가 되어버리면 허통을 허락하지 않는 한은
당연히 대대로 서얼금고가 되어버리니,
똑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 아버지가 그의 재주를 아껴 최고의 교육까지 시켜 놓으니
그가 품었을 한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조선시대에 이렇게 이례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다, 좋은 백업을 받았다 싶으면
그 주변의 정황을 알아보면 힌트를 얻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신사임당-.
이 집안은 아들이 없이 딸만 다섯인 집안이었다.
그 아버지가 신사임당에게 왜 그렇게 일반적인 반가의 여성들이 받는 수준 이상의 교육을 했던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조선시대 서자의 한이 어찌 박제가 하나 뿐이었으랴.
나라의 절반이 서자라고 한탄한 영조의 말 그대로 믿자면,
조선후기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노비,
그리고 그 나머지 절반의 또 절반은 서자였던 셈이다.
그들의 한만 모여도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 한이 모여서 망한 것이다.
*** [편집자주] ***
조선을 망하게 한 힘이 결국 새로운 조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힘이다.
탐욕한 일본 때문에 망했다는 말이야 책임회피라는 측면에서 참말로 편하기는 하지만,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라는 내재하는 분노가 임계점이 폭발한 것이 조선 왕조 멸망이다.
실제 저 무렵 혁명의 주축으로 나선 인물들은 밑도끝도 없는 집합추상명사 민중이 아니라, 앙시앙레짐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서자 혹은 못 배워서 한이 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품었을 분노와 한은 조선 멸망을 계기로 비로소 활화산처럼 분출한다.
그 힘이 지금의 대한민국 밑거름이다. 한국 근현대사는 일본 식민지가 되었다 해서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저 힘이 분출하는 외피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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