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이 서울에 첨 올라와서 겪은 문화충격이 한둘이 아니지만, 번데기도 개중 하나라. 김천이라 해도 소백산맥 중턱 깡촌 산촌 출신으로 양잠을 하던 농가에서 자란 내가 젤로 놀란 게 번데기를 쳐먹더라...것도 아주 맛나게 쳐먹는 걸 보고는 구역질을 했다는 말을 했거니와
또 하나 생득으로 납득하지 못한 게 콩비지를 쳐먹는다는 거였다. 나는 누누이 말했지만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 정말로 먹을 게 없이 찢어지게 가난했고 그리하여 소고기 돼지고기는 구경도 못해서 연중 한두 번 그걸 먹을 적마다 두드러기가 나서 진절머리 나게 고생한 기억에 지금도 모골이 송연하거니와
물론 소돼지는 집에서 키웠으니, 쇠죽끼리는 일은 내 담당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고기 돼지고기를 상용했느냐 하면 전연 반대라 먹을 일이 도통 없었으니, 그에 적응하지 못한 내 몸뚱아리는 두드러기로 반응한 것이다.
내 아무리 먹을 게 없더라도 두부 만들면서 나온 쓰레기 비지는 먹지 않았다. 그건 소돼지나 던져주었다. 그대로 주면 돼지는 우거적우거적 잘 씹어먹었고 소는 대체로 쇠죽에다가 얹어서 주었으니, 소한테는 아주 별미이기는 했다.
물론 이것도 다 옛날 얘기라 저들 중에 아직도 나는 번데기는 잘 먹지 않고 잘 먹지 못한다. 어린시절 양잠을 한 사람들은 거개 비슷한 경험이지 않나 싶은데, 누에를 쳐먹다니? 이건 여전히 용납이 힘들다. 비지는 즐기는 편은 아니나 그런대로 잘 먹는다. 오늘 아침도 비지찌개를 먹었으니 말이다.
소돼지나 던져주던 콩비지를 지금은 별미라고 먹어대니, 세상 말세로다. 또 그걸 내가 먹고 있으니 말이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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