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라는 것이 뭐냐 하는 거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있겠지만, 절대로 놓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의 하나가 식민지 시스템의 존속 이유가 되겠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입장의 이야기 중에는,
"조선과 일본의 경제는 제로 섬게임이 아니라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 조선경제도 성장하는 구조였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보는데,
일본을 시스템 상위에 두고 조선을 시스템 하위에 두는 분업 체계를 양지역간 "근대화"의 목적으로 보는 입장이라면, 그것을 근대화라고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일본이 일제시대에 유지한 교육제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다.
일제시대 일본이 소학교를 짓고 취학률을 높였다는 점을 "식민지 근대화론"의 한 근거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보는데,
식민지 피지배민이라도 소학교라도 진학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가다를 시키더라도 글자를 읽을 줄 알아야 부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일제시대 교육제도야말로 일본인을 시스템의 상위에 두고 조선인을 그 아래에 쫙 깔아 놓는 "분업체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 산업으로 확장하여 보면, 일본의 각 급 재벌과 국유기업이 상위 구조를 형성하고 조선의 각종 부스러기 영세민간 기업이 하위를 형성하는 분업체계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근대화"라고 불러야 한다면 나는 할 말 없다.
다만 하나 분명한 것은, 이런 시스템은 몇십 년 아니라 백 년이 흘러도 여전히 조선인의 교육수준, 경제적 수준은 2등 수준의 하위 분업체계를 형성하게 되고,
지금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한 삼성, 현대, LG등 기업은 애초에 나올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이 경성제대 하나였다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 (0) | 2023.04.01 |
---|---|
"근대화한 일제시대"를 묵혀 두면 한국이 되는가? (0) | 2023.04.01 |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포로 심문 자료 (0) | 2023.04.01 |
개는 변한 것이 없다 (0) | 2023.03.31 |
주인을 보는 눈빛인가? (0) | 2023.03.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