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학계에서는 지금 내가 쓰는 글 같은 글의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잡문"이라고 부른다.
업적평가할때는 이런 글은 사실상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잡지에 기고하거나 신문에 글을 쓰는 것 모두 마찬가지이다. 고고하지 못한 글이라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peer review를 받지 못한 글은 학술적 저술이라고 볼 수 없으니 그런 시간 있으면 학자로서 밥을 먹고 있는 이상 제대로 된 논문이나 더 쓰라는 것이 되겠다.
이러한 풍조는 우리만 그런것이 아니고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소위 말하는 전세계 어디든 잘나가는 학자들에게서는 정식논문 기고는 요청하기 쉽지만 오히려 짧은 글이라도 "잡문"을 얻어내기가 더 어렵다.
그들이 고고하기 때문이 아니라 학술적 업적으로 카운트 되지 않는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잡문"이라는 평을 듣는 글에 대한 비중을 올리는 이유는 다음 두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소위 "잡문"이 가지고 있는 힘 때문이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연구하는데 지원받은 연구비가 사실상 공적인 성격의 자금이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논문과 학술 업적으로 모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사실상 그 이상은 요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학술적 성취는 어떤 형식으로든 사실상의 재정지원자인 납세자에게 돌려줄 이유가 있다고 본다. 내가 이 블로그에 쓰는 글들은 모두 그러한 성격의 것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내 연구의 성과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 블로그에 쓰는 글이야 말로 나에게 있어서는 "세상과 대화하는 창구"인 셈이다.
둘째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연구의 성격상 "인문학적 각도"에서 학문적 성과를 바라보지 못하면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 극히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과학적 성과가 뼈대가 된다면 인문학적 검토는 그 뼈대에 살을 입히는 과정이 되겠다. 이 살을 입히는 과정이 없으면 뼈대만 앙상한 골조 그대로의 건축물만 남기고 사라지는 셈인데 평생동안 추구하는 일의 결과로서는 매우 허망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방법"을 내 연구에 더하기 위해 최근 여러가지 작업을 해오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오면 소개할 생각이지만 기왕 인문학적 접근법을 연구기법의 하나로 선택한 이상 아마추어의 견지에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 블로그에 쓰는 내 글들은 이런 입장에서 쓰여지는 것이다. 이를 "잡문"이라고 부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내 Curriculum Vitae에는 아마 한줄도 들어가지 못하는 글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학문적 편력에 이 글들은 상당히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역시 "잡문"이란 위대하다.
필자의 연구실 블로그: http://shinpaleopathology.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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