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포착] 세월 흘러도 뭉클한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
송고시간2020-02-29 08:00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서 역사에 남을 연기로 감동 선사
이번주 [순간포착]을 뭘 쓰냐 했더니 담당기자가 이걸 추천해서 좋은 생각이라 장구쳤다. 저번호는 공교롭게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다뤘거니와, 이미 이야기했듯이 가뜩이나 코로나바이러스에 패닉에 빠진 대구라, 불난집 부채질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의 짐이 컸다.
바이러스로 잔뜩 무거운 마당에 [순간포착]이나마 밝은 이야기 다루고 싶다는 그 뜻이 가상하다. 그리하여 캘린더성 시의적절한 소재가 없을까 하다가 포착한 장면이 김연아 올림픽 금메달 획득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사건이 발발한 시점이 한국시간 기준 2010년 2월 26일이라, 엇그제만 같던 이 김연아 대전도 벌써 10년을 훌쩍 지나고 말았다. 시간은 쏜살이라더니, 곡사포다. 프로필을 보니 김연아金姸兒는 1990년 9월 5일생이라니, 금메달 딴 그때가 만으로 꼭 스무살 때요, 그러니 그에서 다시 10을 더하면 올해 만 서른. 이젠 중년이구만.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김연아는 완벽에 가까운 신기를 선보이며 150.06점이라는 기록적인 점수를 획득함으로써 쇼트프로그램 점수 78.50점을 합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걸신 걸렸다는 말이 있는데 그의 공연은 걸신 그 자체였다.
그는 한국현대사를 새로 썼다. 한국인 사상 최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니, 견주건대 이는 봉준호의 오스카상 싹쓸이,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등과 맞먹는 사건이었다.
그의 연기를 나 역시 생방송으로 똑띠 지켜봤거니와, 그때 감흥이 여전하거니와, 이때였을까? 그의 연기가 완벽으로 마무리하자, 그 연기를 조용히 관전하며 지켜보던 주관방송 캐스터가 이렇게 외쳤다.
Long live the Queen!
영국여왕 엘리자베스한테나 쓰는 반민주적이며 아주 봉건적인 이 말을 쓰는 그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금메달리스트임을 확신한 것이다.
하지만 영웅은 그를 위한 희생을 자양으로 삼는다. 김연아를 논할 적에 언제나 모짜르트에 견준 살리에르가 있었으니, 아사다 마오였다. 아마사....김연아만큼 이뻤다. 다른 양상으로 이뻤다.
밴쿠버올림픽 아사다 마오 갈라쇼
하지만 그가 언제나 김연아 상대로 나설 적에는 그를 저주했다. 이 저주는 그가 공교롭게도 한국에는 철천지 원수 나라 일본 국적이며,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는 그 사실이 가미되어 소용돌이를 일으켰으니, 토네이도가 되어 아사다를 저주했다. 우리는 그랬다. 그 이쁜 아사다 마오가 맘껏 빙판에 엉덩방아를 찌어 달라고 말이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나 그 기돗발이 하도 세서 그랬는지 실제 엉덩방아를 찌었다고 기억한다.
엇갈린 둘을 포착하는 당시 제목이 대개 이랬다. 金연아 銀마모
금메달은 정해졌다. 환호가 가라앉을 즈음 비로소 우는 아사다를 연민하는 정이 솟아올랐다.
그랬다. 연민은 승자한테 허여된 특권이었다.
쓸쓸히 퇴장하는 아사다는 김연아를 더욱 빛낸 살리에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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