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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스승이 없다는 축복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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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거창하게 연구자 혹은 그 비스무리한 이름으로 한편으로는 규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는 그런 측면도 많다고 생각하니, 아무튼 그런 내가 펼치는 이야기들은 기성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 혹은 자부심은 있다. 

그래 기성 강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어찌 받아들이느냐 그야 그대로 맡길 뿐이고, 뒤에서 아무리 쑥떡이건 나를 향해 뭐라 지랄을 하건, 또 그런 내가 쏟아내는 이야기 중에서는 그네들 표현으로는 비약? 혹은 추단? 과 같은 것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왜 없겠는가? 오죽 뱉어내는 말이 많아야지?) 나름대로는 기성 강단에 속한 사람들은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참신한 발상은 무지막지하게 쏟아낸다고 생각한다. 

왜? 눈치 볼 데가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하면, 내 글 가장 충실한 독자는 내 지인들이 아니다. 이건 내가 매양 말하듯이 예수님 비유를 들곤 하거니와, 예수님도 고향에서는 개 취급 당했다. 왜? 너무 가까이서 봐서 그가 하는 이야기는 단 하나도 신빙성도 없고 무엇보다 권위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저 놈은 불알 내놓고 동네 뛰어다닐 때부터 아는데? 이런 사람은 결코 그 공동체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실은 내 적이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일수록 내 글의 가장 충실한 독자다. 

내가 기존 강단을 향해, 특히 고고학이나 역사학계를 향해 갖은 비난을 퍼부어대지만, 그 가장 충실한 독자는 그들이라는 사실은 내가 너무 잘 안다. 

이걸 어찌 아는가? 내가 무슨 url 추적기를 발명한 것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내 글을 읽었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남기지 않지만, 그런 흔적은 언젠가는 나타나기 마련이라, 나중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나의 적으로 분류되는 친구들 글을 읽으면 김태식의 향기가 짙게 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봤다. 

그가 나를 표절했기 때문인가? 천만에. 그는 그런 말을 극구 부인할 것이요, 그러면서 매양 하는 말은 그 놈 글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거나, 내가 그 놈을 그토록 증오하는데 어째 내가 그 놈한테서 영향을 받겠는가? 라는 신념이 투철하고, 실제로 그 자신도 그렇게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내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내 영향권에 포섭된 증거요, 그것이 알게 모르게, 저 자신도 모르게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다 배어나오기 마련이다. 최근에도 나랑 사이가 아주 좋지 않은 어떤 친구 어떤 글을 읽는데, 상당히 잘 써서 딱 보니 이건 뭐 김태식 혹은 신동훈 영향 아니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해 놨더라. 그 모습 보면서 껄껄 웃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리 자유로운가? 간단하다. 

선생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누가 가둔단 말인가?

 
나는 선생이 없다. 나는 이쪽 업계랑은 전연 관계없는 영어영문학을 전공이랍시며 했고, 대학원은 석사만 해도 비록 두 군데를 전전하며 관련 학과라 할 만 한 데를 찾아 적을 두기는 했고 박사과정도 명색이 수료이기는 하지만, 나는 자유분방했고, 그 어떤 누구도 선생이 없었다. 나는 그 조건으로 대학원을 들어간 것이며, 실제 그렇게 행동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랑 연이 닿은 선생은 동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유한다. 

왜? 내 천성이 그래서일 수도 있지만, 태어나면서 매버릭이 얼마나 있겠는가? 

나는 누구한테서 학위를 하니 그 사람 제자다? 얼토당토 않은 얘기다. 다만, 그 관계를 존중하며 그 관계에 최선을 다할 뿐, 내가 그의 영향권 안에 있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이 자유분방함이 죽는다는 것을 내가 너무 잘 안다. 

이곳 The Heritage Tribune 맹렬 필자로 참신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신동훈 교수만 해도, 그가 저 자리에 정착하기까지 의학 분야에서는 분명 스승이 있지만, 내가 알기로 그가 펼치는 인문학 이야기는 선생이 있을 수가 없다. 또 그의 의학 고유분야라 할 만한 유전자 분석이니 고인골 분석이며 고질병 연구 또한 무슨 마뜩한 스승이 있었겠는가?

혼자 좋아서 미쳐서 독학으로 개척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 가는 과정이 이른바 정식 혹은 전형의 코스를 밟는 사람들에 견주어 느리고 더딜지는 모르지만, 그 빛나는 성과는 몇년이 지나면 금방 드러나서,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시점이 온다. 

선생? 그것은 비극이다. 나를 기성에 옭아매는 사슬일 뿐이다.

그래서?

선생은 없어야 축복이다. 
 
#선생 #스승 #스승이없는축복 #선생이없는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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