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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귀국일은 12월 5일이라, 연말로 가는 까닭에 비행기표에 유동이 있는 모양이라, 12월 20일대로 넘어가도 괜찮은 비행기표가 떠서 그때로 연장할 거냐 집사람이 물어서 잠시간 고민 끝에 예정대로 귀국키로 했다.
무엇보다 귀국 직후 두 곳 학술대회 진행 혹은 토론좌장을 맡은 처지인 까닭이 크다. 무리해서 사정 설명하고 다른 사람 구해보라 해도 되겠지만, 이런저런 작은 미련 버리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가뜩이나 여기 오는 바람에 이런저런 초청 자리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니, 아무리 자발 백수라 해도, 연말이 대목이요, 연말 아니면 이렇게 와달라는 자리도 없어 이럴 때 조금이라도 주머니를 채워놔야 춘궁기를 견딘다.
또 이를 핑계로 이런저런 자리라도 있어야지 않겠느냐는 요청도 모조리 거절한 마당에, 그간 회사 생활에 도움을 준 분들께 고맙다는 의례적인 인사라도 찾아뵙고 해야 할 사람이 왜 아니없겠는가?
요새야 카톡질 문자질로 감사하니 미안하니 하는 말들을 틱 하고 마더라만, 또 그런 의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찾아뵙고 말씀드려야 도리인 분들이 분명 있다.
그런 자리들을 모조리 건너뛰고 왔으므로, 자꾸 밟힌다.
퇴직에 즈음해 고향엔 두어 번 거푸 다녀오기는 했지만, 이제는 쉬러 가는 고향나들이가 아니요, 틈나는 대로 노모를 도와야 하는 농사보조꾼으로 재무장도 해야 한다.
아마 요새야 농한기라 크게 거들 일은 없겠지만, 이제는 틈나는 대로 김천을 다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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