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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72) 빨래에 장보기를 한 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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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생활 첫날 도착하자마자 푼 여장이다.

 
이번 나들이도 스무날을 넘기고 이제 막바지로 치닫기 시작한 오늘에서야 비로소 나는 하루 항목에다가 '완전한 휴식'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으니, 오늘 사진 디렉토리에는 빨래 사진이랑 장보기 수퍼마켓 사진 두어 장밖에 할당하지 않았다.

혹사라 할 만큼 몸을 함부로 굴리고 다녔더니, 온몸이 납덩이 같아 진짜로 반신욕이 간절하지마는 숙소가 호텔도 아닌 까닭에 뜨끈 한 물에 몸을 담글 만한 욕조가 없어 아쉽기 짝이 없다. 

다음 번에도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도 또 이럴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안다. 나는 천성이 그렇기 때문이라,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 걸 보겠느냐 하는 그런 절박감으로 사는 사람이라 그렇다 해 둔다. 

하도 몸이 따라 주지 아니하니, 이제서야 지난 며칠 간 갈무리하지 못한 사진들을 날짜 별로, 그리고 주제별로 정리해서 다운로드했다. 폰이나 카메라 상태로 넣어두어서는 안 보이는 다른 면들이 분명히 있는 까닭이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니 돌아가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생각나는 시점이라, 그렇다고 이런저런 생각을 아니하고 떠난 것도 아니요, 또 돌아가서 해야 할 일, 정해진 일이 없는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이런 여행이 무슨 거창한 인생행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겠는가 마는, 그럼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지 아니한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내가 정해진 행로 혹은 하기로 한 일과 상반하는 그런 길로 간다 해서, 그것이 이번 여행과 관계 있을 수는 없다 단언해도 좋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부러워할 것이요, 또 누군가는 질시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야유할 것이로대, 그야 무엇이건 내 꼴리는 대로 내 갈을 갈 뿐이다. 

둘아 보면, 내가 무슨 자리를 가야 한다는 이 윽박만 버리면 많은 것이 편해진다. 그런 욕망에서는 나를 풀어버리면 그만큼한 자유를 얻는다. 

그런 욕망을 단절하려면 내가 타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구제불능으로 나 자신을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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