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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빨래 널라 놓고선 따땃한 햇볕 쬐며 베란다서 한 대 빠는데 옆 아파트 상층 베란다를 시발로 삼는 서라운드 입체 음향이 울려퍼진다.
내가 이태리말을 몰라 무슨 내용인지 알 수는 없지마는 어느 중년 여성이 실내복 차림으로 역시 베란다서 한 대 빨며 이어폰 꽂고는 통화 중이다.
고함 소리도 아니요 조근조근하는 말인데 원형극장 온 듯한 에코가 있다.
뿐인가?
옆 아파트 창문 여는 소리도 너무 또렷이 들리고 차양 내리고 올리는 소리는 물론이고 옆집 옆방에선 축구시청하는 테레비 소리도 쩡쩡해서 골 넣고 먹을 땐 장탄식까지 들린다.
다만 오빠 오빠 하는 굉음이 들리지 않는 거 보니 권태기 중년 부부 혹은 할매 할배가 사는 듯하다.
층간소음? 그딴 게 어딨어? 여긴 모든 사생활이 공개된다.
이건 차벽이 아니라 바운더리 개념이라 그 벽은 요기가 내땅 조기가 네땅 그 표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친 김에 나도 음악 크게 틀어놓고 감상한다.
이런 사정이 호텔이라 해서 다를 바도 없다. 옆방 낑낑대는 소리도 다 들린다.
더 요상한 점은 한국에선 그리 층간소음 민감한 사람들이 이런 데 왔다 하면 꿀먹은 벙어리요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흡연? 요샌 길거리 지정구역에서 피워도 오만우거지상 다 찌푸려가며 욕이란 욕은 다하는 인간들이 유럽만 나왔다 하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같은 인간 같은 심성일진대 왜 이리 철면피란 말인가?
로마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그딴 말 없다.
개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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