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84)
증횡보와 팔월 열엿새 약속을 잡아 달구경하다(和曾谹父約八月十六日看月)
[宋] 왕양(王洋) / 김영문 選譯評
바다 위 신선들이
비단 난삼 펄럭이며
춤추다 흥겨워서
자금 쟁반 투척했네
마음으로 좋아하며
분별하지 말지라
어제 밤 보던 달에
꼭 못하지 않으리니
海上群仙錦旋襴, 舞餘擲出紫金盤. 人心自愛休分別, 未必全輸昨夜看.
한시를 읽다보면 우리 시나 가요의 발상 또는 내용과 매우 흡사한 점이 있어서 놀랄 때가 있다. 이 시도 그렇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금방 ‘활주로(배철수가 이 팀 멤버였음)’의 「탈춤」을 떠올렸다. “마당엔 모닥불 하늘엔 둥근달/ 목소리 높이 하여 허공에 외쳐라/ 소매 자락 휘날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자/ 한삼 자락 휘감으며 비틀비틀 춤을 추자/ 탈 춤을 추자” 신선들이 난삼을 펄럭이며 춤을 추다가 자금색(약간 붉은 빛이 도는 황금색) 쟁반을 하늘 위로 던졌다는 발상도 흥미롭지만, 왁자한 탈춤 판이 벌어져 한삼 자락이 펄럭이는 하늘 위에 둥근달이 떠올랐다는 착상도 한 폭의 그림 같다. 두 작품은 춤, 난삼과 한삼, 둥근달 등의 요소가 중요한 시적 모티브로 작용한다. 예술의 무아지경에 빠지면 신선의 춤이나 탈춤꾼의 춤이나 우열을 분별할 수 없다. 당시 ‘활주로’의 멤버들은 과연 이 시를 먼저 읽었을까? 그럴 리는 없을 터이다. 예술적 감수성이 우연히 비슷한 표현을 가능하게 하여 거의 1000년의 세월을 뛰어넘게 했으리라. 사람의 공감각과 상상력은 실로 모든 시공을 초월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활주로’의 「탈춤」을 연상하자, 나의 뇌리엔 어느 바다 위 봉래산 기슭에서 황덕불을 피워놓고 한 데 어울려 춤추는 신선들과 탈춤꾼들이 떠올랐다. 그 마당의 춤곡은 활주로의 노래 ‘탈춤’이다. 배철수의 우쭐우쭐하는 가락에 맞춰 난삼 자락, 한삼 자락도 너울너울 허공에 휘날린다. 그리고 그 위 검푸른 하늘엔 열엿새 기망월이 모든 분별을 비웃으며 비움을 예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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