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전 남산에서 포착한 서울야경.
한시, 계절의 노래(182)
열나흘 밤 장씨 누각에서 달구경하다(十四夜觀月張氏樓)
송 임일룡(林一龍)/ 김영문 選譯評
추석에서 하룻밤만
남은 저녁에
달빛은 맑은 한기
조금 드무리
사람들은 채움 비움
뜻도 모르고
보름달 아니면
안 보려 하네
只隔中秋一夕間, 蟾光應未少淸寒. 時人不會盈虛意, 不到團圓不肯看.
열닷새 보름달을 중심으로 열나흘 달과 열엿새 달은 크기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름달에 환호한다. 하루 차이뿐인데도 말이다. 오늘 열나흘 달을 올려다 봐도 황금빛 달빛이 보름달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다. 오히려 조금은 풋 익은 모양이 더 생기 있고 싱싱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다양한 시를 살펴봐도 열나흘 달을 읊은 작품은 드물다. 이 시가 그런 희귀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열엿새 달밤을 노래한 작품은 그래도 더러 눈에 띄는 편이다. 그 중 유명한 것이 송나라 소식의 「적벽부」다. "임술년 가을 칠월 열엿새, 소자는 손님과 더불어 적벽 아래에서 노는데, 청풍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는다.(壬戌之秋, 七月旣亡, 蘇子與客, 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이 작품에 나오는 기망(旣望)이 바로 열엿새다. 열닷새가 보름 즉 망(望)이므로 열엿새는 이미(旣) 보름(望)이 지났다고 하여 기망(旣望)이라고 한다. 달 크기로 말하자면 보름달보다 기망달이 더 크다고 한다. 달의 이치를 채움과 비움의 반복이라고 보면, 기망달은 채움이 극에 달해 비움으로 나아가는 첫날인 셈이다. 소식의 「적벽부」가 무정한 세월 속 유한한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으므로 작품의 시점이 보름보다는 기망이 되는 것이 훨씬 작품의 주제에 잘 부합한다. 하지만 열나흘은 아직 보름을 앞두고 있으므로 기대와 희망이 남아있다. 완전한 채움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야 한다. 백제가 멸망할 때 이런 참언이 떠돌았다고 한다. "백제는 둥근 보름달 같고, 신라는 새로 뜬 초생달 같네.(百濟同月輪, 新羅如月新.)" 독자들께서는 무슨 의미인지 금방 짐작하시리라. 보름달은 물론 둥글고 찬란하게 온 누리를 환하게 비춘다. 그러나 이제 그 빛은 이지러지고 시들어 그믐을 향해 간다. 채움과 비움의 이치를 어찌 흘려 들을 수 있으랴? 오늘 밤 오묘한 열나흘 달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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