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처럼 실력이 없는 사람은 변려문을 읽는 일은 고역이다.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변려문이 특수한 경우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것 같고 고문이 장려되었기 때문에 별문제 없는데,
통일신라-고려시대 글에는 변려문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이런 글은 상당히 읽기가 난삽해서,
고려시대 글이 조선시대보다 읽기가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그렇다는 소리다.
필자가 어거지로라도 변려문 읽는 방법을 써 보면,
변려문이 해석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4자, 6자로 댓구를 극악하게 맞추려 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글자를 넣게 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잘 안 쓰는 글자)
둘째는 각종 일화나 성어를 밑도 끝도 없이 집어 넣어 정확히 해석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기관에 의해 번역된 변려문도 유심히 보면 번역자가 자신이 없어 하는 것을 간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더라.
필자처럼 얕은 실력으로 변려문의 뜻이라도 간취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차피 댓구를 맞추려 넣은 글자들이 많은지라 한두 자 못읽어도 뜻을 이해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최치원의 아래 글을 보면,
太宗文皇帝。震赫斯之盛怒。除蠢尒之群兇。親率六軍。遠廵萬里。龔行天罰。靜掃海隅。勾麗旣息狂飈。劣收遺燼。別謀邑聚。遽竊國名。
이렇게 댓구를 맞춰 써놨지만 유심히 보면 한글자 한글자 악착같이 해석하지 않아도 뜻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한 글자로 문장을 이루지 않고 필요 없는 글자를 넣어 댓구를 맞추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위 문장 같은 경우,
太宗文皇帝。震盛怒。除群兇。親率六軍。遠廵萬里。行天罰。掃海隅。勾麗旣息狂飈。收遺燼。別謀邑聚。遽竊國名。
이 정도로 줄여도 해석하는 데 전혀 문제 없다는 말이다.
필자 같이 간신히 한문 읽는 사람들은 이렇게도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다.
P.S.1) 뭐 옛사람들이 변려문을 어떻게 완성했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라면 먼저 고문으로 글 내용 틀을 잡아놓고 그 다음에 폼잡는 글자, 댓구용 글자를 추가하여 완성했을 것 같다. 그게 제일 쉽지 않았을까.
P.S.2) 조선시대 국조보감인지 연려실기술인지 보면 왕이 과거 답안을 보고 알아들어 볼 수가 없게 써 놨다고 짜증을 내는 기록도 있다. 고문을 본받아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뒤이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변려문을 흉내내어 쓰면 아무리 옛사람들이라 해도 읽기 곤혹스러운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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