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에서 2023년 독립 60주년(영국으로부터)을 맞아 독립국 싱가포르 역사를 정립하고자 2028년 개관을 목표로 "Singapore Founders' Memorial"을 세운다고 한다.
그래서 이웃국가 기념관들을 벤치마킹하려고 싱가포르 National Heritage Board(NHB) 임원진이 우리 관에도 방문을 하였는데...한국 근현대사를 다루는 박물관 기념관에는 이번 주에 거의 이분들이 다녀갔을 거다.
사실 'Founders'라고 복수형을 썼지만 그 기념관 주인공은 모두 알다시피. LEE Kuan Yew 李光耀다.
그는 얼핏 이승만-박정희를 섞어놓은 인물처럼 보이는데...정작 NHB멤버들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기념관에는 방문하지 않았단다. 그리고는 웬일인지 안중근기념관 방문을 희망했다.
(업무 이야기는 각설하고)
싱가포르는 안중근과 묘한 인연이 한 가지 있는데, 안중근의 친구이자 동지 정대호(鄭大鎬, 1884~1940)가 싱가포르 이주 최초 한인이라는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북서(北署) 성동(盛洞)에서 태어난 정대호는 관립영어학교를 졸업하고 평남 진남포 해관에서 근무를 했다. 안중근은 (불어를 할 줄 알았던 데 비해) 영어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동생 정근, 공근은 또래였던 정대호에게 영어를 배웠다.
1907년 안중근 삼형제는 정대호와 의형제를 맺고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된다. 이후 정대호는 중러 국경 수분하 세관으로 옮겨 근무했고 안중근은 러시아로 망명해 국권회복운동에 투신한다.
1909년 안중근은 정대호를 찾아와 고향의 가족들을 연해주로 데려와 달라고 청한다. 마침 정대호의 노모와 가족들도 진남포에 있었으므로 정대호는 안중근의 부탁을 수락한다.
곡절 끝에 정대호와 가족, 그리고 안중근의 처자는 1909년 10월 27일에 하얼빈에 도착하는데 그날은 하얼빈의거 다음날이어서 이미 안중근이 체포된 뒤였다.
안중근과 전보를 주고받은 정대호는 하얼빈의거 연루자 15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곧바로 체포되었고 이내 뤼순감옥으로 보내진다.
안중근의 처자 세 사람은 안중근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정대호의 친척으로 행세하였으나 큰아들 분도가 안중근의 사진을 보고 '아버지'라고 하여 정체가 탄로나고야 만다.
의거 관련성은 없었기에 안중근 가족은 11월 22일 수분하로 향할 수 있었지만 안중근 부인 김아려, 그리고 아들 분도, 준생은 이후로도 안중근을 만나지 못했다.
그사이 하얼빈 일본영사관에서 찍힌 사진이 한 장 전한다. 이른바 '안중근이 빠진 안중근가족사진'이다. 이 사진은 안중근의 큰아들 분도가 찍힌 유일한 사진이기도 하다. 분도는 7살 때 죽기 때문이다.
다시 정대호로 돌아와서, 안중근 외 하얼빈의거 연루자 15명 중 7명은 즉시 방면, 4명은 12월 24일에 방면, 정대호는 1910년 2월 1일 오후 불기소처분을 받고 풀려난다.
안중근과 함께 마지막까지 풀려나지 못한 3인이 역사에 '하얼빈의거 동지'로 기록된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다.
1910년 3월 26일 안중근이 순국하고 8월 29일 망국이 되자 정대호는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912년 만저우리 국민회 지방총회 부회장,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을 역임했다.
1921년 신한청년당에 가입해 『신한청년보』를 발행하기도 한 정대호는 1926년 후원자 쑨원의 조언으로 싱가포르로 이주해 싱가포르 한인사회를 조직한다. 정대호는 싱가포르 도남학교에 재직하며 국외독립자금을 조달했다고 알려져있다.
1940년 싱가포르에서 세상을 떠난 정대호 유해는 1990년 고국으로 돌아왔으며 그에게는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한때 진남포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맺은 인연이 이렇게저렇게 엮여 싱가포르 최초 한인이주로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페라나칸 특별전을 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해서 한국에 싱가포르의 국가상징 머라이언과 싱가포르의 박물관에 대해 연구하신 학자도 있다고 자랑스레 소개하니 정말 놀라워 했다.
자기네는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그렇게까지 연구하는 학자가 드문 것 같다고.
#싱가포르 #정대호 #안중근
#페라나칸특별전이벌써10년전
#이렇게추운날가고픈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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