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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쓰던 동전 다 없애자는 이익

by 초야잠필 2024.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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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사도광산과 국제무역 이야기를 했지만 

이 광산이 일본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에도시대 일본의 급증하는 화폐량을 여기서 제련해 내는 금과 은으로 충당하고 

나아가서 서양과 무역을 할 때 결제수단으로도 이용하는 등

일본근세사에서 매우 짭잘하게 잘 써먹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본 근세에서 

서양과의 무역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금과 은 제련, 

그리고 도자기 제작 등에 있어

조선은 기술적으로 대단한 기여를 했는데, 

정작 자기 나라에서는 이 두 기술로 별로 재미를 못 보았다. 

한국이 20세기 초 식민지로 전락한 이유 중에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써먹지 못한 것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장담 못한다. 

한국에서 금과 은 제련술이 별로 빛을 못본 이유 중에는

위정자들이 화폐경제에 대해 도대체 우호적이 아니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때, 

대단한 실학자였다는 이익. 

그는 폐전론을 주장했는데, 

돈이라는 게 만들어서 써봐야 농민들만 불편하고

사치를 주장할 뿐이니 

돈을 깡그리 없애자는 주장을 했다. 

황당하지 않은가?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실학자로 숭상되는 판이니 

있던 기술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익은 

평생을 뭐라고 주장했냐 하면, 

농업을 기본산업으로 하여,

근검과 절약을 바탕으로

상업을 억제하고

돈의 유통을 막고,

백성을 편안히 살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런 주장을 한 탈레반을 대단한 실학자로 숭상하고 산다. 


고려시대 이래 한국은 만성적인 전황에 시달렸다. 전황에 시달린 이유에는 물론 돈을 주조할 금속이 적은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화폐경제에 대한 비우호적인 시각이 크게 한몫했다. 이익의 말처럼 상업을 억제하고 돈을 못쓰게 하자는데 금은 제련술이 발달할 리도 없고 도자기를 만들어 무역을 해서 팔아먹을 동기도 없을 뿐이다. 그 최종적인 결과가 바로 20세기 초반 식민지화였다.

 

 

*** Editor's Note ***

 

필자가 말하는 성호의 동전 무익론은 다음이다. 

 

성호전집 제46권 / 잡저(雜著)
화폐에 대하여 논함〔論錢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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