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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아파트, 균열과 우풍으로부터의 해방

by taeshik.kim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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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조선 이래 이 땅은 저주를 받아

여름이면 고온다습하고
겨울이면 저온소습하니 

그럼에도 오직 건축자재란 목조토축이라.

여름이면 습기 잔뜩 머금은 나무가 늘어나고

겨울이면 습기가 없어 결이 터지고 오무라질 대로 오무라지니 
이 수축팽창에 비름빡이 갈라지고 터지고  

그 벌어진 틈새로 끊임없는 한풍이 몰아치니 

바깥엔 한 점 없는 바람도 어찌하여 이 문틈 벽틈만 새어들면 폭풍으로 변하는지

시커멓게 타버린 구들장 십셴티 상공에선 하얀 입김이 일어나니 이것이 어찌 저주 아니리오?


찬양하라 아파틀

 

한데 어찌하여 이 저주받은 땅에도 지상낙원이 출현했으니 철근콘크리트 고층 건물이 그것이라

이 신통방통한 신부재 건물은 앏은 유리판으로 창을 내어도 바람 한 점 새어들 줄 몰라

영하 십도 한풍에도 끄덕없어 가장인 아버지와 열살난 아들이 한겨울에도 빤스 하나만 걸치고 온 방을 활보하는 시대 도래했으니 

더불어 그 무더운 한여름에도 에어컨 한 대와 냉장고 하나로 그리 시원할 수 없어  

벌러덩 자빠져 즐기나니  
우리는 이를 일러 
 
아파트
 
라 한다.

단군조선 이래 이 땅에 몇 번의 문명 획기가 있었거니와
나는야

아파트야말로 그 최고봉으로 친다.

이불 머리로 대가리 아가리만 내밀곤 입김 솔솔 내는 그런 집구석 방구석

나는 싫으니 

그게 좋으면 너희나 가라.

저는 따듯한 아파트 방구석에 한겨울에도 빤스 입고 돌아 다니는 놈들이 

한옥체험이니 템플 스테이니 해선 하루 이틀밤 계우 보내곤 우리 것이 좋네 어떠네 저떠네

입만 열었다 하면 

아파트를 저주하며 

전통건축이 어떠네 저떠네 상찬을 늘어놓는 놈들을 저주하노라.
(2019. 2. 9) 

 
***
 
이상은 초가 탈출과 반지하 전세방 탈출을 꿈꾸며 어린시절을 보낸 어느 중년의 한탄인 점을 감안해 주었으면 하노라. 
 
참고로 나는 LH 출신이 아니다. 
 
 
www.youtube.com/watch?v=1Uqk5stEc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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