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남 동해안 일대를 돌다 마주친 어떤 이가 안동대 민속학과 출신이라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듣자니 이 학과가 문화유산학과로 이름을 바꿨다는 소식을 접했으니
잉? 마지막 남은 안동대 민속학과마저 무너졌단 말인가? 중앙대 무너져 뿔뿔이 흩어지더니 이젠 마지막 보루마저 가고 말았구나
한탄했더랬다.
서울 복귀와 더불어 안동대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진짜로 이름이 바뀌었다.
몇년 전이었다. 이 학과가 존폐의 기로에 몰렸으니 정원 절반도 채우지 못해 이 학과 상징과도 같은 배영동 교수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국립민속박물관을 떠돌았다.
그러고 보면 결국 살아남자 해서 저리했을 수밖에 없으리라.
저 공지문을 보면 민속이 결국 시대변화를 선도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듯 해서 몹시도 씁쓸하다.
물론 아무리 국립대라 해도 지방 대학이요 무엇보다 학생수가 급감하는 마당에 더구나 민속이란 키워드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고민하다 오늘 배 교수께 전화를 넣어 저간의 사정을 물어보니 결국 살아남고자 하는 몸부림 딱 그것이었다.
그에 의하면 학과 명칭은 올해 3월에 시행됐다. 2년 전 25명 정원에 12명이 지원해 반토막이 났다. 학과가 존폐 위기로 몰렸다. 원인은 민속에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도 민속을 반기지 않고 또 민속학과가 무엇을 하는 덴지를 물어온다. 민속이라는 말을 살리는 방향으로, 예컨대 민속문화유산학과 등도 고려했다가 아예 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명칭 변경은 성공했는가?
수치로만 보면 그렇다는 데 민속이 처한 애로가 더 짙게 묻어난다. 95프로 정원을 채웠다니 말이다.
안동대 민속학과는 한국 민속학의 마지막 보루였다. 중앙대 민속학과와 더불어 한국민속학을 양분하다가 중앙대가 먼저 무너져 와해되고 학과 교수들은 일본학과 국문학과 교양학부로 뿔뿔이 흩어져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안동대마저 무너지고 말았으니 나로서도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젠 민속학은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에 연구조사기능이 남았을 뿐이다.
때마침 악귀라는 드라마가 대박을 치는 조짐이라 그 주된 무대가 민속학과 그 교수다.
이를 보면 민박과 안동대 민속학이 많은 자문을 한 것으로 나온다.
악귀는 민속학을 전면에 내세운 첫 대중영상물이다.
부디 드라마가 더 대박을 쳐 다시 살아났음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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